대학교 진학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무의미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예비고사에 합격한 친구들은 대학 간다고 정신없이 공부하지만, 나를 포함한 그 외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았다.
대학 입학원서 접수 마감이 임박한 어느 날, 제대 직전 휴가를 나온 둘째 형이 “학비가 저렴한 국립 사범대에 진학하면 힘들지만, 대학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제안하여 경북대 사대 수학교육과에 원서를 내보기로 하였다.
원서를 작성할 즈음 수학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만 “황군, 학교 수학 선생을 하려면 대학 가지 않고 지금 실력으로도 충분하네. 수학과를 졸업하고 꼭 경제학을 공부하게나. 그렇게 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꼭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경제학을 다시 공부하지는 못했다.
한 달 가까이 책을 던져 놓았다가 다시 책과 마주했다. 집중이 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떨어지면 할 말이 없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비록 내가 원하는 서강대 경제학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경북대에서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 옆에서 함께 시험 치는 여학생을 곁눈질해보니 나보다도 수학 문제를 더 잘 푸는 것같이 보였다. “낙방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