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4. 대학 생활 (1) 대학생이 되다

목우자 2023. 11. 15. 20:09

197131일 대망의 꿈을 안고 예천에서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난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어렵게 마련해 주신 돈 2만 원을 안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한 달 하숙비 7,500, 교복과 교재 구매비, 그리고 한 달 생활비를 포함한 것이다.

대구역에 내려 경북대학교 정문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20분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인데도 약간의 차멀미를 하였다. 학교 정문 앞에서 내려 짐보따리를 들고 미리 구해둔 하숙집을 찾아갔다. 앞으로 이곳이 대학 생활에서 나의 안식처 역할을 해줄 곳이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문리대 수학과에 입학한 친구와 같은 하숙방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이튿날 입학식을 하고 과별 오리엔테이션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캠퍼스를 가득 메웠지만 나는 어느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바로 위 선배 한 분이 동아리에 가입하면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학 생활도 엉망이 될 수 있다라는 충고(?)를 귀담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충고는 듣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한참을 지난 뒤에야 알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학 생활이 공부도 해야겠지만 전공이 다른 여러 사람을 사귀고 젊음을 즐기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이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물론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활동 범위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