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자
2023. 11. 27. 17:26
딸과 사위, 5개월 된 외손녀,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보낸 서니베일 35일은 우리 모두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딸이 변했는지 아니면 나이 든 우리가 변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와 딸 부부는 참 다른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세대 차 때문일까?
처음 미국에 도착한 날 저녁, 아이를 재우는 모습이 마치 아이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아이가 울다가 겨우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딸과 사위는 아이가 홀로 잠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바로 아기 침대에 눕혀놓거나 아니면 아이를 안고 있다가 잠들려고 하면 침대에 눕힌다. 그러면 아이는 바로 울음을 터뜨린다. 다시 안았다가 잠들려고 하면 또 침대에 내려놓으니, 아이는 또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무려 한 시간 이상을 이렇게 하다가 결국은 안아서 재우는 것이다.
우리가 갓난아이를 키울 때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눕거나 등에 업어서 아이가 엄마의 포근함을 느끼면서 잠이 들게 하였다. 이와 같은 옛날 방식이 맞는지 아니면 갓난아이 때부터 홀로서기를 하게 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가 잠자는 시간도 우리 생각과는 다른 것 같았다. 아이를 8시 전에 재우는 것이 좋다고 해서 딸과 사위는 여기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어디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어른 뜻대로 아이가 잘 놀다가 저녁 8시 전후에 쉽게 잠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런데 갓난아이가 어찌 어른들의 뜻을 알아차리고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우리가 갓난 아이를 키울 때는 보온에 엄청 신경을 쓴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위와 딸은 시원하게 해주어야 한다면서 옷을 너무 가볍게 입히는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차이인지, 시대가 바뀌어서 육아 방식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세대 차이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우리 경험을 더듬어서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 조언(?)하면 딸과 사위는 자신들을 지지해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그래서 답답한 것이 있지만 속으로 삼키고 자식들 뜻을 따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