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5. 교직 생활(1) 교사가 되다
목우자
2024. 3. 28. 20:51
1975년 3월 2일 이른 아침을 먹고 집에서 2km가 조금 넘는 예천농업고등학교를 향하여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였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무실에 들어가니 새로 발령받은 선생님들(9명 정도로 기억됨)의 자리가 교감 선생님 책상 부근에 마련되어 있었다. 고향 선배인 선생님들도 보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옆 반 담임을 하셨던 분도 만날 수 있었다.
신임 선생님들이 모두 도착하자 교장실로 안내되어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차 한잔을 마신 후 다시 교무실로 돌아왔다. 이어서 직원회의가 시작되자 새로 부임한 선생님들 소개와 신학기 업무 분담 발표가 있었다. 나는 7월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담임에서 제외되었으며, 수업은 1, 2, 3학년 수학을 조금씩 배정받았는데 주당 24시간이었다. 맡은 업무는 교무실 바로 옆에 있는 자료실(각종 지도, 교과별 괘도, 나무로 된 삼각자-각도기-컴퍼스, 그리고 별로 효용가치가 없는 몇 가지가 더 있었음) 관리였다. 당시 나는 담배를 피웠는데 제일 후배 교사였기에 교무실에서는 차마 담배를 입에 물 수가 없어서 자료실이 내 흡연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직원회의가 끝나자,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 모여 시업식을 하고 새로 부임한 선생님들이 조례 대에 올라서 한 번 더 소개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우는 학생 입장이었는데 오늘부터는 선생님이 되었고, 이제 어디에 가더라도 성인으로 대접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공립학교인 본교는 인근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공납금이 저렴하였고, 농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하게 되면 학비를 반 정도 또는 전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공무는 잘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에서는 정규수업 후 진학희망자를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하였던 것이다. 수학 과목을 맡은 나는 매일 1~2시간씩 수업을 하였으므로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을 합하면 하루 5시간 수업은 기본이었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3월 중순에 시작한 감기가 한 달 이상 가기도 하였다.
6월 말까지 근무하고 입대 휴직계를 낸 후 3일간 쉬다가 7월4일 안동에 있는 36사단에 입대하여 군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