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흔들리는 나이
목우자
2022. 12. 7. 12:43
70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늘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 내 손을 거친 문서는 완벽하여 다른 사람이 흠잡을 데가 없어야 했다. 매사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실천하여 빈틈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너무 빈틈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가까이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그랬는데 그 완벽함이 어느 사이 하나둘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여 한참 동안 헤매는 것은 보통이다. 차를 운행하려고 집을 나서면서 자동차 키를 두고 가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차를 세워 놓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창문을 닫지 않은 것 같아 되돌아가서 확인하기도 한다. 가끔 한 번 했던 똑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여 핀잔받기도 한다.
어제저녁에는 아내가 잠을 잘못 잤는지 오른쪽 팔이 아프다고 하여 파스를 붙여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가 하는 말이 “요즈음 파스는 냄새도 없고 화끈거리지도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였다. 파스 붙인 곳을 살펴보니 파스를 붙인 것이 아니라 파스를 고정하는 접착지만 붙여놓았다. 둘이 함께 웃으면서 그것을 떼고 진짜 파스를 다시 붙여 주었다.
이제 겨우 70이 넘었는데 이런 현상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허긴 애를 쓴다고 더 나아질 일도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르려니’ 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편히 살아가라는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