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사들인 집수리는 건별로 발주하면 얼마간 경비 절감이 되겠지만 일일이 신경 쓰기 싫어서 일괄 공사를 주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었지만 책임지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한결 수월했다.
문제는 가져가야 할 짐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냥 두자니 그렇게 쓰이지도 않을 것 같고,버리자니 너무 아까운 것이 살림살이인 것 같다. 어떤 물건은 이사 오고 나서 4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채 그대로 있는 것도 있다. 20년 가까이 된 김치냉장고가 있는데 이것을 가져가야 하나 버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가져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현재 작동은 되고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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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줄이려고 며칠째 조금씩 버리고 있지만 계속 버려도 끝이 없다. 4년 만에 이사하는데도 이렇게 버릴 것이 많다.
이제 옮겨가면 더 이상 이사를 하지 않을 생각인데, 오래 살면 살수록 쌓이는 것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짐을 더 늘이지 않으려고 새로 사들이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어디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
마음도 어수선하다. 불안한 것은 아닌데 뭔가 안정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바로 스트레스이다.
어제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이 생각난다.
강사가 물을 담은 컵을 들고 이 컵의 무게가 얼마인지 묻는다. 150g, 250g, 400g, … 대답한다. 그러자 강사는 “이 컵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이 컵이 무거울까요? 무겁지 않지요. 5분 정도 들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1시간을 들고 있으면 어떨까요? 5시간, 10시간을 들고 있으면 어떨까요? 아마도 팔이 마비되겠지요. 해결책은 컵을 내려놓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물컵을 이야기했지만 바로 스트레스 이야기였다.
잠시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몇 시간 또는 며칠씩 붙들고 있으면 팔이 아니라 마음이 마비되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내려놓은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