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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목우자 2023. 5. 21. 20:28

아내와 나는 많은 면에서 서로 다릅니다. 이런 아내를 이해하기보다는 당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으니 당연히 내 뜻에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일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고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방식이, 내 사고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살림 살고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집안일도 함께하는 경우가 차츰 많아졌습니다.

 

퇴직하고 백수 된 지가 벌써 10년째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삼식이가 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함께 삼식을 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습니다. 그 삼식 중 아침 식사 한 끼는 내 담당입니다. 아침은 사과 반 개, 견과류(아몬드와 호두), 달걀 1.5, 그리고 채소 샐러드(양배추, 깻잎, 파프리카, 청양고추, 상추, 치커리, 당근, 양파, 감자 등 제철 채소가 많이 들어갑니다) 입니다. 처음에는 샐러드에 밥 두세 숟갈 정도를 함께 먹었지만 요즈음 밥은 먹지 않습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은 30분 정도입니다. 아침상이 차려지면 함께 식사합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마주 보고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역시 마주 보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면 아침 식사가 마무리됩니다.

점심과 저녁은 아내가 준비합니다. 가끔 카레밥, 짜장밥, 돼지갈비찜, 뼈 없는 닭갈비 등 특식을 요구하면 내가 요리합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남편이지요.

 

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서로 남남이던 두 사람이 만나 평생을 함께 살아갑니다.

21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뜻입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억압이나 복종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여 통합하는 것도 아니지요. 서로 다른 악기가 제각기 독특한 소리를 내지만 이것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주면서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하나 됨입니다. 저도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참 어렵답니다. 내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아서 더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하나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