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보물은 놔두고 문만 지킨 하인

목우자 2022. 12. 13. 09:09

주인이 멀리 외출을 하면서 하인에게 문단속을 당부했다. “항상 창고 문을 잘 지켜야 한다. 나귀도 잘 살피고, 밧줄을 풀어 놓아서도 안 된다.”

주인이 외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웃집에서 풍악놀이가 열렸다. 하인은 그것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은 꾀를 냈다. 문짝을 뜯어서 나귀의 등에 싣고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나귀를 몰고 이웃집으로 가서 풍악 놀이를 즐겼다.

집 지키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문짝마저 떨어져 나간 창고에 들어가 값진 보물을 있는 대로 훔쳐서 달아났다.

주인이 집에 돌아와 보니 난장판이었다. 하인을 보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집을 지켰기에 이 모양이냐.”

어르신께서 외출을 하면서 문과 나귀와 밧줄을 잘 지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분부대로 그것만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 밖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인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듣고 주인은 기가 막혔다.

내가 너를 남겨 두고 문을 지키라고 한 것은 그 속에 있는 재물을 지키기 위함인데, 재물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문짝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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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이와 같은 우를 범한 적이 없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성장가능성을 계발하여 그들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무실에서는 교과, 특별활동, 재량활동을 계획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규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방과 후 학교 활동, 생활지도, 상담활동 등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행정실에서는 이러한 교육활동들이 효율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설을 관리유지하고,,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활동의 근본 목적은 생각지도 않고, 수단에 불과한 활동 그 자체에 매달리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 동작 하나도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라고 보는 아이들은 이외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항상 우리들을 주시하고 있답니다.

우리들이 담당하고 있는 조그마한 일 한 가지를 할 때도 항상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진정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 교육 현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창출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곳으로 변모되리라 믿습니다.

※ 이 글은 교사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자는 의미에서 선생님들께 보낸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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