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경노사상

목우자 2023. 6. 17. 10:24

유기 장사 서성은 남을 속이지 않고, 인심도 좋다고 소문나서  항상 찾아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그런데 홀로 계신 아버지가 늘 걱정이었습니다. 유기그릇을 광이 나게 털고 닦고 진열하면서도, 손님을 맞아 그릇값을 흥정하면서도 집에 계신 아버지가 늘 걱정입니다. 아내가 홀로 계신 시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세끼 고기반찬에 쌀밥을 먹어도 시장기가 든다는 70 노인인보리밥도 제대로 챙겨 드리지 않는 아내이고 보면 의복 거처야 말할 나위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매일매일을 힘들게 보내고 계실 아버지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호통도 치고, 보석을 사주면서 달래도 보았지만, 아내의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서성은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생각한 끝에 한 묘책을 떠올렸습니다.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를 사 들고 와서 아내에게 주면서 오늘 시장에 가보니 노인 값이 장난이 아니라네. 보통 100량인데 건강이 좋은 노인은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이렇게 귀찮고 성가신 시아버지를 돈도 받고 처분도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가는 노인들을 어디다 쓰는지 궁금하여 남편에게 물어보니 중국의 선원들에게 처분한다고 했습니다. 의심 많은 아내는 후환이 없음에 더욱 안심하고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 시아버지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쇠고기는 물론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서 상에 올립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맛있는 음식을 드신 시아버지는 점점 살이 찌기 시작하여 이웃 사람들이 놀랄 만풍채가 좋아졌습니다.

서성은 또 한 꾀를 생각하여 자기 문중에 전후사를 아뢰고 아내에게 효부 표창을 하게 하였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효부상을 받은 아내를 칭찬합니다.

 

어느 날 서성은 아내에게 이제 아버지가 살도 많이 찌고 금도 좋으니 시장에 내다 팔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깜짝 놀라면서 제가 시아버지에게 효도한다고 효부상까지 받았는데, 그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아버지를 더욱 정성으로 섬겨 문중에 모범이 되어야지요.”라고 말합니다.

이제 시아버지는 몸과 마음이 편하고 매일매일을 즐겁게 보냅니다. 서성은 마음 놓고 장사를 열심히 하였고, 가정은 평화롭고 웃음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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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며느리가 너무 힘든 시집살이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 시어머니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은 자신도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새 노인이 되고 말았네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아무런 이유를 달지 말고 정성껏 모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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