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목우자 2024. 3. 10. 16:03

2012년 수안보에 퇴직 연수를 받으러 갔었다. 연수가 끝나갈 무렵 분임활동을 함께 했던 분들이 그냥 헤어지기가 섭섭하니 이별주나 한잔하자라면서 맥줏집에 모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한 분이 우리 이렇게 헤어지지 말고 퇴직 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라고 제안했고 참석자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회비 50,000원씩을 거두었고, 퇴직 후인 내년에 이곳 수안보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모두가 공무원이란 공통점이 있었지만, 근무처와 거주지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 구성되었다.

 

이듬해 9월 수안보에서 다시 모였는데, 10(6, 4)이 참석을 하였다. 함께 점심을 먹고 세 가지(2014년부터 분기별로 연 4회 만남. 매월 5만 원 회비 납부.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이 계획을 작성하고 안내도 함)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모이자고 제안하니 모두가 찬성하였다. 모임이 끝나고 며칠 후 여성회원 두 분이 남편이 절대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여 함께 할 수 없다라고 통보해 와서 8가구 16명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이 20141월 전남 순천을 시작으로 경남 함양, 강원 강릉, 서울, 경기 일산, 경북 구미, 대구 등 회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순회하면서 활발한 모임이 이루어졌다. 모임을 주관하는 회원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과 인근 지역을 사전 답사하여 편안한 잠자리와 특색있는 식사 장소를 예약하고, 지역 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여 안내자 역할까지도 하였다. 개인 사정으로 두 분 회원이 중도에 그만두었지만, 나머지 6가구는 활발한 모임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고부터는 모임이 힘들어졌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회원들의 나이도 70에 가깝거나 70 중반에 접어드니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사항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만남이 뜸하다 보니 함께 모이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

 

그래서 이쯤에서 모임을 그만두자는 안이 나왔고,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공감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12일로 만나는 것은 물론 대표 한 사람씩 하루 만나는 날을 정하는 것도 조율이 잘 안되어 지금 어정쩡한 상태로 놓여있다.

 

회원들의 거주 장소가 전국(순천, 함양, 대구, 구미, 서울, 속초)에 흩어져 있으니 장거리 이동은 힘들고, 모임을 그만두자니 아쉬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0년 사이에 세상도 변했지만, 사람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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