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22대 국회의원 선거

목우자 2024. 4. 14. 12:40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나는 선거 운동 기간 너무 답답하였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온통 상대방 물어뜯는 것이 선거 운동의 전부인 것 같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비전은 보이지 않고, 오직 상대방의 결점만 물고 늘어지는 이전투구의 모습은 많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내가 20대 시절이던 50년 전 결혼 상대자의 모습을 보자. 신부가 갖추어야 할 첫째 조건은 현모양처의 품성이었다. 신랑이 갖추어야 할 첫째 조건은 가족 부양을 할 수 있는 능력(뚜렷한 직장 등)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 외모나 성격, 가족 관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상대방이 내 마음에 와닿는가 아닌가가 먼저인 것 같다. 즉 필이 통하여야 한다. 외모, 성격, 직업 등이 아직도 주요 변수에 해당하지만, 그보다는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가가 우선인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옳은가-그른가, 진실인가-거짓인가, 능력이 있는가-없는가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내 마음에 와닿는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선택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런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패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 40%를 넘지 못하는 대통령은 표 잃는 길만 골라서 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뚝심(성공하면 뚝심이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고집불통이 된다.) 있게 밀고 나간다고 하기도 한다. 대통령은 내가 하는 일이 옳으니 나를 따르라라고만 했지, 협의하고, 설득하고, 호소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누가 마음을 열어놓고 받아 들이겠는가? 아무리 큰일을 했어도 그 공적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는 문제부터 시작되었다. 용산 대통령실과 거주할 장소가 준비되는 동안 청와대에 임시로 들어갔다가, 공사가 완료된 후 이사를 해도 될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기한을 조금 늦추었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는 일도 그렇다. 어찌 모든 기자가 대통령 입맛에 맞는 말만 할 것인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기자가 있다면 웃으면서 앞으로도 쓴소리 좀 많이 해주세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졌을까? 기자들과 아침 만남이 계속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대통령의 위상이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다.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입법이 필요한 정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야당 대표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제1당의 대표인데, 집권 2년이 지나도록 만나서 협조를 구하는 장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은 얼마나 많은가? 야당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참신한 인재 선발에 좀 더 노력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축제에 참여했던 수백 명의 젊은이가 인파에 밀려 황당한 죽임을 당했다. 사태 수습이 먼저이지만, 적어도 치안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의대생 증원 문제도 그렇다. 당장 2천 명을 늘리지 않으면 10년 후에 큰일이 날 것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10년 후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어려움 없이 양질의 진료를 받는 것이다. 의대 입학생을 늘리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하여 정부의 진정성을 국민이 느낄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를 받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현재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 있으며,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서 이를 헤아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권은 상대방이 비리투성이인 것만 강조할 줄 알았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표를 달라고 한단 말인가?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패했으면 통렬히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달아져야 한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야당에서 탈당(실제로는 쫓겨난 사람)한 사람을 인재 영입이라고 입당시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새파랗게 젊은 당 대표를 선출했을 때만 해도 야당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대통령 선거기간에 대표와 대통령 후보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또한 그 젊은 대표가 보인 행동은 내가 보아도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당원들이 뽑은 대표이고 선거에서도 승리했으면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나아가야 했건만 그렇지 못하였다. 젊은 대표는 타의에 의해서 명예롭지 못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이후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했지만, 당직자들은 先黨後私가 아니라, 先私後黨의 모습만 보였다. 새로 선출한 당 대표가 역할을 못 하자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였다. 전권이란 말 속에는 당 대표의 뜻에 반하지 않는 것이란 전제가 있었는데 혁신위는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실제로는 내 사람이 먼저인데, ‘자를 생략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한 것 같았다. 결국 혁신은 이뤄지지 못했고, 또다시 당 대표는 뒤늦게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다. 어쩌면 국민의힘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는데 이를 놓치고 말았다.

 

구원투수로 나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처음에는 참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은 사라지고 여느 정치인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으니 이번 총선에서도 당연히 이길 것으로 착각했단 말인가?

야당에는 정치 9단인 사람들이 모여서 국민의 감성을 교묘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경험과 정치력이 부족한 비대위원장이 어찌 이들을 이길 수 있었겠는가? 많은 사람이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여당과 정부만 몰랐던 것은 아닌가?

 

다음 총선을 위한 준비는 지금 바로 시작해도 전혀 빠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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