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나의 어버이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고, 나의 자식들이 나를 어버이로 섬기는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헸듯이 나의 두 딸도 우리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겠지요.
평소 좋아하는 시인 심순덕님의 시(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편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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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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