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그 많은 선비는 다 어디로 갔는가?

목우자 2024. 5. 31. 13:28

몇 년 전 외국 자동차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농도를 속였고, 연비까지 조작한 것이 들통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집단 항의와 자동차 구매 반대 운동을 펼쳤지만 관대한 우리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다는 이유로 변함없이 그 자동차를 구매하였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어떤 명품(?)은 상품값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턱없이 높지만,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22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어떤 후보자의 말이 바뀌는 것을 순서대로 적어 보면 대충 나는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내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고 하냐?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 법원이 잘못 판결하고 있다.” 이렇게 변하고 있다. 이분이 정말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법원의 최종 판결은 더디기만 하고, 유권자는 이분이 우리 편이기 때문에 표를 주어 당선이 된다.

 

며칠 전 유명 트로트 가수 한 사람이 음주 운전을 하면서 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 이 가수가 소속된 회사는 은폐 조작을 시도했고, 경찰에 출석한 가수는 취재진을 피하고자 6시간을 경찰서에서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속 회사와 가수는 예정된 콘서트를 일부 진행하였다. 극성팬들은 계획된 나머지 콘서트를 모두 진행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이 가수와 소속사 대표는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위 세 가지 사건에서 상품 판매자, 국회의원 후보자, 트로트 가수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이를 시인하지 않고 잘못을 은폐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버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잘못이 밝혀지면 나만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뻔뻔한 모습을 보인다. 부끄러움이라고는 도대체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당사자가 아니라 이들을 대하는 고객, 유권자, 팬들의 태도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공익은 무시해도 되고, 내 편이면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면 아무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見利思義 見危授命(나에게 이익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을 취하기 전에 먼저 옳은 일인가를 살핀다.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선다)’을 생활신조로 삼고 이를 철저히 실천하였다고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케케묵은(?) 선비 타령인가? 하지만 꼭 선비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내편 네편을 가르기 전에, 팬으로서 활동하기 전에 먼저 옳은 일인가를 한 번쯤 살펴보면 어떨까?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 걷기(2)  (0) 2024.08.05
맨발 걷기(1)  (0) 2024.07.20
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1) 2024.05.21
오늘은 어버이날  (0) 2024.05.08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0)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