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에 조금 익숙해져서 제법 재미가 붙을 즈음 첫 번째 복병을 만났다. 산길을 오르면서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왼쪽 중간 발가락이 땅에 튀어나온 나뭇등걸에 부딪혔다. 무척 아팠지만 괜찮겠거니 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가 돌아왔다.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병원도 가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가 더 지난 어느날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 넷째 발가락이 또 부딪치고 말았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아팠다. 집에 돌아와 볼일을 보려고 구두를 신어보니, 정상적으로 걷기가 불편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아 가까이 있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X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발가락 등에 뼈가 살짝 갈라졌다고 한다. 발가락에 부목을 하여 고정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3~4주 정도가 지나야 새로이 뼈가 돋아나서 갈라진 틈을 메워준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오른발 끝 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안정을 취하라고 하였다. 오른쪽 발은 신발을 신을 수가 없고, 발끝에 힘을 주어서도 안 된다.
이제 당분간 마음대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발가락 하나 다친 것이 온몸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리 몸의 어느 부위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발가락 하나 다쳤는데 내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다. 집에 갇혀 있으니 답답하기에 그지없다. 지금, 이 순간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곧 회복될 것이다. 회복된다는 희망도 없이 병원이나 집에서 보내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친 발은 오른쪽인데 그 피해를 왼발이 보고 있다. 오른발에 힘을 빼고, 그 힘을 왼발에 더 얹어 주니 양쪽 발에 힘의 균형이 깨어져서 이번에는 왼발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 평소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좌우 균형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균형이 맞지 않아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관계에서 균형이 깨어지면 뭔가 불편하고, 소통도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자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잘 유지 해나가던 균형이 깨어지니 기상이변이 생기고 재난도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정치가 이렇게 난장판이 된 것도 균형이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인 것 같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밭이 된 텃밭 (0) | 2024.08.21 |
---|---|
맨발 걷기(1) (0) | 2024.07.20 |
그 많은 선비는 다 어디로 갔는가? (0) | 2024.05.31 |
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1) | 2024.05.21 |
오늘은 어버이날 (0) | 2024.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