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풀밭이 된 텃밭

목우자 2024. 8. 21. 20:29

발가락 부상으로 바깥출입을 못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던 발가락 하나 골절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다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니 ‘발가락이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조금씩 걸어도 된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제일 먼저 암진단을 받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발을 다쳐 외출이 안 되니 전화 통화만 하다가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조심스럽게 출발하였다. 친구가 있는 실버타운을 방문해 보니 가족도 없이 혼자 투병 생활을 하는 모습이 딱하기만 하였다. 밖으로 나와서 함께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내 나름대로 위로한다고 하였지만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친구를 만나고 온 이튿날 집에서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텃밭을 가 보았다. 한 달 만에 찾아간 텃밭은 풀밭으로 변해 있었다. 무더위와 가뭄에도 풀은 너무도 잘 자라고 있었다. 고추, 가지, 파, 부추 등 심어놓은 채소는 풀에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있으면 무와 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언제 이 많은 풀을 뽑아내고 밭을 갈아 씨앗을 뿌린단 말인가? 눈앞이 캄캄하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밭으로 달려가 근 열흘 만에 그 많던 풀을 뽑아내고 거름을 뿌려서 무와 배추 심을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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