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6. 군 복무 (3) – 삽 3자루

목우자 2024. 7. 30. 10:50

중대 본부에 도착하니 2명의 병사만 보였다. 중대 전체가 공사 현장으로 파견 나가고 지금은 연락병만 남아있다고 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식사를 마치니 부대가 파견 나간 현장으로 이동한다고 하였다. 함께 배치받은 3명이 군용트럭을 타고 출발하였다.

방향은 북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지나온 서울을 다시 통과하여 북쪽으로 한참을 더 가서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려보니 큰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커다란 군용 텐트가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중대 본부에 들어가서 전입 신고를 마치고 1소대에 배치되어 소대 막사로 안내되었다. 부대원들은 모두 공사 현장으로 나갔고, 오늘 전입온 신병은 텅빈 막사에서 저녁 시간까지 휴식을 취하라고 하였다.

저녁 때가 되니 소대원들이 모두 돌아왔다. 소대장과 내부반장에게 연이어 전입 신고를 하고 낯선 소대원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공사 현장으로 나갔는데 나에게는 소대원들이 삽으로 땅 고르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횃불을 들고 비춰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렇게 하여 공병대에서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나니 모두가 총 대신 삽을 어깨 위에 얹고 군가를 부르며 공사 현장으로 갔다. 주된 역할이 불도저가 작업한 곳에 가서 땅이 평평해지도록 삽으로 고르는 것이었다.

 

전입 3일 째 되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는다. 평생 해보지 않았던 삽질을 이틀간 쉴 틈 없이 하고 나니 손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옆에 있는 선임 병사가 하는 말이 야 신병! 처음에는 다 그래. 한 일주일 정도 숙달이 되면 손도 풀릴 거야. 이제 시작인데 뭐 그렇게 힘들다고 엄살이야. 지금 시작해서 삽 석 자루가 다 닳으면 아마도 제대할 때가 됐을 거야라는 말을 하였다. 삽 석 자루가 닳도록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