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집이란 무엇인가?

목우자 2022. 12. 21. 10:07

돈 버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듯이 돈 없애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 것 같다.

경북 구미에서 교통 편리하고, 전망 좋고, 햇볕 잘 드는 17층 아파트에 7년을 살았다. 조건이 다 좋은데, 집 앞 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올라와서 여름이면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곳으로 옮겨 보려고 집을 팔고 전세를 얻었다.

 

집값이 많이 내려갔을 때 팔았기 때문에 바로 집을 사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아내 말을 듣고 외곽지로 갔으면 건축 중인 새 아파트를 거의 비슷한 금액으로 살 수 있었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가기 싫었던 내가 적극적인 동의를 하지 않은 탓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3~400만 원만 얹어주면 내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는 구미 분양아파트가 어느 순간 웃돈 5천만 하더니 얼마 후에는 1(?)을 부른다. 시내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아내와 내가 함께 청약했건만 보기 좋게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거의 미달이던 구미 분양아파트의 경쟁률이 70:1이었다. 인구가 줄고 있는 구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집이 없으면 항상 불안해하는 아내의 마음을 잘 헤아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올해 봄에 전세를 낀 집을 샀는데 그것도 거의 정점에 있을 때였다. 몇 달만 기다렸어도 좀 더 싼 값에 살 수 있었는데. 아내가 너무 안타까워하기에 그 돈 다른 나라 가지 않고 우리나라 안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다. 다시 팔일도 없으니 집값 오르나 내리나 그냥 집 한 채다.” 말하고는 함께 웃고 말았다.

 

전세 살던 사람이 그저께 이사를 나가고 한 달 후에 우리가 입주할 예정이다. 들어가기 전에 집수리가 필요할 것 같아 집을 살펴보러 갔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만 손을 보면 생활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주 더럽거나 파손된 부분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데, 아내는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들어가면 더 이상 이사하지 않고 살 것인데 완전하게 손을 봐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내 생각이다. 일단 들어가면 손보기가 힘드니 새집처럼 깨끗하게 고쳐서 들어가자는 아내 생각이 훨씬 더 발전적(?)인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아내의 뜻에 따르는 것이 순리겠지.

 

집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 내 집이 아니던가. 생활하는 데 불편하거나 더럽지 않으면 얼마간 손 봐서 살면 된다는 꼰대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수선 비용을 줄여 남는 돈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마음이 내키면 아주 일부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너무 성인군자 같은 생각만 하고 있는가? 아내가 들으면 또 핀잔을 주겠지. 그냥 웃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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