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금 사흘간의 연속된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수요일은 대구에 있는 대학 동기 3명과 함께 파크골프 예정이었지만 눈이 와서 취소. 목요일은 내가 속한 구미파크클럽 송년 대회와 총회일이지만 날씨가 너무 춥고 눈이 쌓여 있어서 구장 사용이 안 되니 취소. 금요일은 고등학교 동기 10여 명이 구미에 모여 호수 주변 걷고 점심 먹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명씩 빠지더니 마지막 4명이 남았다. 이런 모임은 의미도 없지만, 날씨도 너무 추워서 취소. 빡빡하던 일정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일이 젊을 때는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는 더 자주 일어날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아침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코로나 또는 감기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조금만 방심해도 낙상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아내와 함께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눈 쌓인 동네 뒷산을 사흘째 다녀왔다. 금요일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눈이 시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제 토요일은 바람도 거의 없고, 기온도 쬐끔 올라 걷기에 참 좋았다. 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바람이 없으면 이렇게 포근한 느낌이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각자 스틱 하나씩 들고 토요일은 오르막길로 시작해서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조금 힘들지만 20여 분을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거의 힘든 구간이 없다.
작은 동네 뒷산이지만 길은 여러 갈래가 있고, 시간도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 잡으면 2시간 30분 내지 3시간까지 걸린다.
아내와 함께 ‘뽀드득뽀드득’하는 눈 밟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니 힘은 들지만 겨울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을 나서서 차 타지 않고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라는 말을 했더니 아내도 선뜻 동의를 해준다. 그러면서 “더도 말고 앞으로 20년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인가?
행복이 뭐 별거 있던가? 이렇게 산길 걸을 수 있도록 두 다리가 멀쩡하니 고맙고, 함께 할 사람이 있어서 고맙고, 걸을 수 있는 산이 있어서 고맙다고 느끼면 이것이 행복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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