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연말 가족 모임

목우자 2023. 1. 3. 17:32

우리 집은 딸이 둘이다. 두 딸 모두 결혼하였고 큰딸은 서울에 거주하면서 초등 4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둘째 딸은 사위와 함께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임신 5개월째이다. 많이 늦은 셈이다.

 

온 식구가 여행하거나 함께 모였을 때 공동 경비로 쓰기 위하여 셋집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내어서 적립하고 있다.

2021년 연말에 미국에 있는 둘째 딸 내외가 귀국하여 호텔금오산에서 2박을 하면서 인근에 있는 군위지역을 하루 여행하였다. 이번에도 둘째 내외가 시간을 내어 귀국하였기에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집에 화장실이 1개뿐이라 세 집 식구 7명이 23일을 보내기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호텔금오산에서 2박을 하면서 연말 휴가를 보내기로 하였다.

 

옛날에는 실외에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 1개에 10식구, 때로는 한동네 사람 모두가 사용한 적도 있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할 것이고, 아내는 또 잔소리가 이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화장실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하는 일이 너무 번거로워서 모두가 편히 쉬면서 휴식을 취하자는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30() 우리 집에 모여 점심과 저녁을 먹고 호텔로 올라갔다.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은 구미 중앙시장을 탐방하기로 하였다. 나와 아내, 그리고 둘째 딸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고, 나머지 식구들은 늦잠을 잔 후 11시가 넘어서 숙소를 나섰다.

무료 개방 중인 구미역에 주차 후 구미 최고의 맛집인 싱글벙글복어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큰 사위가 결혼 12년이 되었는데도 이곳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맛집을 왜 이제 찾아왔냐고 한마디 한다.

 

점심을 먹고는 모두가 구미중앙시장으로 갔다. 취향에 따라 어묵도 먹고, 호떡도 먹었다. 시장 구경을 한 참 한 후 만둣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처음에는 한 개씩만 맛보기로 했지만, 모두가 맛있다고 하여 추가 주문하여 길가에 서서 먹었다. 옛날 어릴 때 생각도 났었고, 재래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한 손자 녀석이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시장 투어를 마치고 두 딸 내외와 손자는 롯데마트로 가고 나와 아내는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는 피곤하다면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였고, 나는 금오산 폭포까지 가려고 시작했지만, 날도 저물어 가고 바닥도 미끄러운 것 같아 도중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22년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에는 중식당에서 맛있는 중화요리와 함께 고량주도 마시면서 식구가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 다음 일 년을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격식이나 번거로움 없이 두 사위와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2년 연속 연말을 함께 보내면서 휴가나 여행의 의미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여행을 가면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곳, 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서 해방되어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특히 직장 생활하면서 외동아들 키우는 첫째 딸 내외는 쉼 자체가 무엇보다 그리운 것 같다. 지나고 보니 멀리 가지 않고 시내에서 이렇게 보내는 것도 퍽 괜찮아 보인다. 덕분에 구미 경제에도 약간의 도움을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