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3) 밀주 판매

목우자 2023. 2. 7. 10:20

(3) 밀주 판매

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셨고 가끔 노동 현장에서 일용직 일을 하신 것 같다. 어머니는 집에서 막걸리 장사를 하셨는데 고정된 일이 없으신 아버지가 많이 도와 주셨다. 그 당시 막걸리는 양조장에서 가져와 팔아야 하지만 어머니는 이문이 적은 양조장 술은 조금만 가져오고 직접 막걸리를 제조(그 당시는 밀주라고 하였으며 세무서에서 이를 단속하던 시절임)하여 판매하셨다. 이에 따라 많은 수난을 당한 일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막걸리 담는 과정>

- 막걸리를 담기 위해서는 누룩이 있어야 한다. 통밀을 적당히 빻아서 메주 만들 듯이 만들어 방안에 일정 기간 걸어두면 마르면서 누룩곰팡이가 피게 된다.

- 쌀로 고두밥을 만들어 멍석 위에 넓게 펴서 따뜻한 기운이 없어질 때까지 식힌다.

그 당시 쥐가 많았기 때문에 고두밥이 식을 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평소 먹지 못하는 쌀밥 대신에 쌀로 된 고두밥을 많이 먹은 것 같다.

- 누룩을 망치로 잘게 빻아서 고두밥과 섞은 다음 단지에 넣는다.

- 물을 붓고 술 약(이스트)을 조금 넣어서 밀봉하여 3~4일 정도 지나면 술이 된다.

- 이 술은 알콜 도수가 높아서 물과 섞은 다음 채에 받혀 막지를 걷어내면 막걸리가 된다.

 

<밀주 단속>

양조장에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원이 집까지 술을 배달해 주는데 술을 얼마나 가지고 가는가를 늘 점검하는 것 같았다. 양조장에서는 판매량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현저히 적은 집이 발견되면 세무서에 연락하여 밀주 단속을 부탁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부엌 바닥에 깊게 단지를 묻어 놓고, 단지 위를 다시 두꺼운 흙으로 덮기 때문에 우리 식구 외에는 아무도 술 단지 위치를 알지 못한다. 세무서에서 단속 공무원이 나와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단속 나온 공무원이 부엌 바닥을 막대기로 쿵쿵 두드렸다. 울리는 소리가 들리자 삽을 가져와서 바닥의 흙을 치우니 술 단지가 보여 결국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우리 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고자질을 한 것 같았다. 이후로 부엌 바닥에 묻어 둔 단지는 사용하지 못하고 이웃집 장독 단지 틈에 술 단지를 숨겨 놓았는데 한 참 후에는 이도 적발되고 말았다. 적발될 때마다 어머니는 눈물로 하소연하면서 용서를 빌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밀주를 만들어서 얻은 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금으로 내고 만다. 이런 악순환이 몇 년간 계속되었고 지금도 어머니가 단속 공무원에게 사정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