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6) 참외 농사를 지어 외가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목우자 2023. 2. 11. 09:26

(6) 참외 농사를 지어서 외가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늘 가난의 연속이었지만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외가는 그런대로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여름이면 참외와 수박이 나오고, 가을에는 고구마도 수확하기 때문에 늘 먹을 것이 많았다. 어린 나는 참외 농사를 짓기 때문에자가 붙어서 외가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친정집이 외가라는 것을 제대로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설날이 되면 아이들은 많은 세뱃돈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모님이 주는 세뱃돈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설날 차례와 세배가 끝나면 우리 형제들은 한 시간 정도를 걸어서 외가까지 세배를 가곤 하였다. 명분은 웃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세뱃돈을 받기 위하여 왕복 두 시간 걷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설날 저녁에는 세뱃돈을 들고 과자 상점을 향한다. 밤톨만 한 박하사탕을 각자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윷놀이가 시작되는데 한 판 끝날 때마다 패자는 승자에게 사탕 몇 개를 주어야 한다. 설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