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12) 감자, 고구마 이삭줍기

목우자 2023. 2. 22. 21:22

(12) 감자, 고구마 이삭줍기

내가 어릴 때는 취사와 난방을 위한 땔감도 중요한 해결 과제였다. 아직 연탄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된 연료는 나무였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주변 산에서는 땔감이 될만한 나무를 구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나무를 구하러 가시는데 편도 4~8km를 걸어가서 나무를 해 오신다. 아버지가 오실 시간에 맞추어 큰형 또는 둘째 형이 마중을 나가서 아버지 대신 지게를 지고 돌아오는 일도 많았다.

 

셋째 형과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뭇짐을 지고 올 수는 없지만, 별도로 하는 일이 있었다. 여름철엔 감자 이삭줍기, 가을에는 고구마 이삭줍기다. 감자보다는 고구마 이삭줍기를 많이 했다. 형과 나는 자루와 호미를 하나씩 들고 3~4km 정도 떨어진 고구마밭을 찾아 나선다. 고구마를 수확해간 밭에 들어가서 한 골씩 맡아 호미로 흙을 뒤집으면 어쩌다 빠뜨리고 간 고구마가 호미에 걸려 모습을 나타낸다. 이렇게 담은 고구마가 자루에 수북이 쌓일 때면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갈 때마다 수확이 많은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몇 시간 동안 호미질을 하지만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수확이 적을 때도 있다. 어쩌다가 줄기만 끊어가고 땅속 고구마를 그대로 두고 가서 한 포기 고구마를 통째로 캐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은 완전 횡재를 한 듯이 기분이 좋았다.

 

형제가 각각 고구마 자루를 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수확이 많은 날은 무척 힘이 들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더 가벼운 것 같았다. 때로는 돌아오는 마지막 산등성이에 도착하면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 계시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