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14) 물고기 잡이

목우자 2023. 2. 26. 09:46

(14) 물고기 잡이

<냇가에서 피라미 잡기>

내가 어린 시절에는 오염물질이 없어서 냇가에 물고기도 많았다. 둘째 형이 피라미 낚시를 잘하여 가끔 물고기를 잡아 오곤 하였다. 나와 셋째 형은 주로 어항이나 줄낚시(여울목 양쪽에 막대를 꽂고 낚싯바늘이 물에 살짝 담길 정도의 높이로 낚싯줄을 설치한다. 물고기가 물면 들어가서 낚싯줄에 걸린 피라미를 따면 된다)를 이용하여 피라미를 잡았다.

한 번은 읍에서 3km 정도 되는 용산리 냇가로 갔다. 큰 물줄기에서 갈라진 작은 물줄기를 어렵게 막고 물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피라미가 튀어 오른다. 물이 거의 없어지면 피라미는 수두룩하고 작은 돌 밑에 숨어있는 미꾸라지, 꾸구리, 텅어리 등의 물고기를 건져 통에 담기가 바쁠 지경이었다. 잡은 물고기들은 더위에 상하지 않게 얼른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돌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으면 어느 정도 건조가 되어 집으로 가져오기가 쉽다.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기>

피라미는 냇가에서 잡지만 미꾸라지는 논 옆으로 흐르는 도랑(작은 개울)에서 잡는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면 반두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는 좋은 반두를 팔고 있지만 그것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시케토를 만들 듯이 반두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우선 헌 양철판을 구하여 물이 빠지도록 못으로 촘촘하게 구멍을 뚫는다. 그다음 판자를 구하여 ㄷ자 형태를 만들고 밑에 구멍을 뚫어놓은 양철판을 부착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반두와 고기 담을 주전자를 들고 도랑으로 간다. 도랑 양쪽으로 난 수초 가까이에 반두를 대고 발로 수초를 밟는다. 수초 밑에 숨어있던 미꾸라지가 반두 안으로 들어오면 건져 올린다. 주의할 점은 고기가 반두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반두 위치를 잘 잡는 것이다. 가끔은 반두 속에 물뱀이 들어와 깜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

미꾸라지는 큰비가 온 후, 도랑물이 어느 정도 줄었을 때 나가면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가을에 벼 추수가 끝날 즈음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나가서 도랑의 미꾸라지도 잡지만 논 가에 있는 웅덩이 물을 퍼내서 미꾸라지는 물론 뱀장어까지 잡기도 하였다. 이런 경우는 물론 힘이 센 형들이 합류해야 가능하다.

<고기를 사 오다>

한 번은 우리 집에 단골로 오시는 어른 두 분과 함께 미꾸라지를 잡으러 갔다. 나는 미꾸라지 담을 그릇만 들면 되고 고기는 두 분 어른이 잡을 것이다. 도랑에 도착하여 2시간 이상을 다녔지만, 그날따라 고기는 거의 잡히지 않았다. 빈손으로 돌아오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지, 고기 파는 집을 찾아 미꾸라지를 한 되 정도 사서 가져왔다. 나보고는 절대 고기 샀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고기를 못 잡을 수도 있는데 그게 뭐 큰 비밀이라고 어린아이에게 입단속을 한단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