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15) 눈감고 안 봤어요.

목우자 2023. 2. 28. 13:23

(15) 눈 감고 안 봤어요.

초등학교 시절 특별히 친한 친구가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처음 살던 집(대창중고등학교 바로 밑)과 가까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는 옵셋 인쇄를 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은 아버지가 극장 바로 앞에서 과일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집을 비울 때는 친구가 가게를 보곤 하였다.

어느 날 과일 가게를 하는 친구가 내가 극장 입장권을 마련할 테니 세 명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라고 하였다. 약속한 날짜 저녁에 친구 과일 가게 앞에서 만나 미리 사놓은 입장권을 들고 세 사람이 함께 들어가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제목은 아낌없이 주련다로 기억하고 있다. 너무 오래되어서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당시 영화로는 파격적인 장면이 있었다. 남녀가 비키니 차림으로 해변에서 서로 안고 뒹굴면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세한 의미도 모르고 영화를 다 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다. 옵셋 인쇄하는 친구 집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우리가 극장 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세 사람을 불러 놓고 꾸중을 한다. “너희들 그 영화가 청소년 입장불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뻔히 알면서도 영화를 보러 갔다는 말이지. 특히 장면 중에 남녀가 비키니 차림으로 서로 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희들 자세히 보았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 모두 경찰서로 데려가서 유치장에 넣을 거야하면서 겁을 주는 것이었다.

이때, 우리 세 사람의 대답은 아저씨, 다시는 영화 보러 가지 않을게요. 그리고 키스할 때 우리는 눈감고 보지 않았어요.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똑 같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이 말을 들은 아저씨도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