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부잣집에 머슴이 둘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일 년의 머슴살이가 끝나는 날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내일 새경을 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주인이 나타나더니 내일 아침에 새끼줄을 쓸 일이 생겼으니 오늘 밤에 새끼를 꼬아 달라고 했습니다.
머슴 한 사람이 투덜거리면서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내일이면 나가는데 오늘까지도 밤늦도록 일을 시켜야 하나?”
이 머슴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새끼는 꼬는 흉내만 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끼를 꼬긴 했지만, 많이 꼴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오늘까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주인이 하라는 대로 새끼를 꼬았습니다. 정성들여 새끼를 꼬다 보니 밤늦도록 일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고 새경을 받아서 나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주인이 두 머슴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고가 참 많았네. 새경은 엽전으로 주는데 그냥 가져가서는 안 되네. 자네들이 어제 저녁에 꼰 새끼에 꿸 수 있는 만큼 꿰어서 가지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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愼終如始 則無敗事란 말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의 신중함을 끝까지 간직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거창하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큰 그림은 점점 작아집니다. 끝이 가까워지면 처음의 각오는 사라지고 대충 대충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은 거의 다 이루다가 실패하고 말지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한다면 원하는 일을 성취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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