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두 눈을 다 주고 싶지만 …

목우자 2023. 5. 3. 10:46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이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병원으로 달려 가보니,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졌고,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왼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붕대로 눈을 가린 청년은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리고 있고,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붕대를 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붕대를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이 없어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얘야! 나의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장님이 된 내 몸뚱이가 너에게 짐이 될 것 같아서."

 

청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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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부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식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러나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대다수 자식은 잘 알지 못합니다.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조금 알게 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살아 계시리란 막연한 기대,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형편이 나아지면 충분히 효도(?)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부모님과 관련된 일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됩니다. 결국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야 생전에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곤 합니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을 찾아가서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고, 선물과 용돈을 드리고, 함께 식사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행사도 필요합니다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알고 있기에 늘 감사드린다는 마음이 부모님께 전해진다면 더 좋은 어버이날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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