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3. 고등학교 시절 (5) 대학 진학을 못한다

목우자 2023. 7. 20. 16:39

(5) 대학 진학을 못 한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대학입학예비고사(1970학년도부터 대학 입학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한 시험. 예비고사에 합격해야 대학에서 실시하는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다. 1981년에 폐지되었다) 원서를 내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응시생 모두가 전세 버스를 타고 시험장이 설치된 대구까지 가야 했다. 시험 하루 전날 새벽에 출발하여 시험장이 있는 학교에 가서 응시표를 받고 미리 정해 놓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잔다. 그 이튿날 시험을 치고 밤늦게 예천까지 돌아오는 일정이다.

 

저녁에 우리가 묶고 있는 여관으로 셋째 형(형은 육군 부사관으로 50사단에 근무 중이었음)이 찾아왔다. 숙소에서 가까운 동대구역 공사 현장을 구경 갔는데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큰 역사를 짓다니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그 동대구역을 지금 보면 결코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 당시는 너무나도 크게 보였다. 그만큼 시야가 좁았다는 의미이다.

 

이튿날 시험을 치르고 돌아와서 다시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고등학교까지 공부했으면 되었지, 우리 형편에 대학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3년간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학을 못 간다니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집안 형편을 뻔히 알면서 떼를 쓸 수도 없다.

그 당시 사립대학에 가게 되면 한 학기 최소 비용으로 50만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짐작되었다. 4년간 400만 원이 필요한데 우리 집을 팔아도 마련할 수 없는 큰돈이었다.

 

3년간 지각이나 조퇴 한번 없이 학교에 다녔는데 대학을 갈 수 없다니. 학교에 가서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자취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자취방에 머물면서 3일간 무단결석을 하였다.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연락을 하시는 바람에 4일째 되던 날 다시 출석하였다. 학교는 갔지만 대학을 못 간다는데 공부는 해서 무얼 한단 말인가?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왔다 갔다 하였고 저녁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예비고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도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니 학교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여러 번 왔다고 하신다. 그 당시 합격자 발표는 수험번호로만 하였기 때문에 사전에 수험번호를 모아 놓지 않은 학교에서는 개인별로 확인해야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다행히 합격은 되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