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3. 고등학교 시절 (4) 목표대학 변경

목우자 2023. 7. 2. 09:38

2학년 2학기가 되었을 때 서울대학을 꿈꾸는 친구들이 서너 명 있었다. 서울대학에 입학하려면 제2외국어를 독일어로 선택해야 한다. 일본 동경대학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서울대학교도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독일어 선생님을 찾아가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료 과외를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일주일에 한두 번 선생님 자취방을 찾아가 두어 달 동안 독일어 과외를 받기도 하였다.

 

3학년이 되었다. 그때는 사립학교 선생님도 학원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은 얼마간 학원 강의를 듣기도 하였지만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일 힘든 과목이 국어와 영어였지만 도움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주로 혼자 공부하였다.

 

여름 방학이 되자 가정 형편이 괜찮은 친구들은 상경하여 유명 학원을 찾아가 강의를 듣고 내려왔다. 방학이 끝나자 학교로 돌아온 그들은 자랑이 대단하였다. 어디에 있는 무슨 학원 스타 강사를 찾아가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다 떼고 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되새김질하면서 혼자 공부를 해야 내 것이 되지, 그렇게 명강의(?)를 듣는다고 단숨에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다.

 

친구 한 명은 방학 때부터 아예 서울로 옮겨 공부하면서 정기고사를 칠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공부를 가장 잘하는 친구였는데 그는 서울대학을 포기하고 연세대학에 응시한다고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래도 서울대학은 나에게 너무 큰 장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학에 못 간다면 고려대학이나 연세대학보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진학하여 경제학자가 되고 싶었다. 누가 안내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나도 실상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느낌으로 선택한 막연한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