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3. 고등학교 시절 (2) 고교 1학년

목우자 2023. 6. 11. 10:39

(2)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을 하고 본격적인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여서 학교 다니기는 너무 좋았다. 어쩌다가 늦은 날은 조금 뛰어가면 지각하지 않게 도착한다.

 

같은 반에 3, 2, 1년씩 늦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나름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원래 소질이 없어서 그런지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1학년 수업은 그런대로 할만했다.

 

2학기가 시작될 무렵 학원에 근무하시던 수학 선생님이 새로 오셔서 2, 3학년 수업을 담당하셨는데 인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았다. 10월경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1학년 과정으로 수학 경시대회를 열었는데 나는 3등을 하였다. 역시 수학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고 실제로 잘했던 것 같다.

 

1학년 때 나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三合四落(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불합격)>이라는 혈서를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기도 하였다.

목표는 거창했지만, 공부 환경은 참으로 열악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10식구가 살아가는 우리 집은 말 그대로 오두막이었다. 방 바로 뒤쪽은 학교 올라가는 길이었고, 마당은 3평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어머니가 막걸리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집에는 늘 술손님이 많았고 때로는 우리가 거처하는 방에도 손님들이 들어오신다. 그 당시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방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할 때도 자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