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4. 대학생활 (2) 하숙생

목우자 2023. 12. 5. 06:22

하숙 생활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아침과 저녁은 정해진 시간에 모여 함께 식사한다. 그런데 늘 반찬이 부족한 편이다. 밥을 먹는 속도가 조금 느린 나는 가끔은 반찬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은 밥을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밥을 먹을 때, 공용 반찬을 먼저 먹고 국과 같은 개인용 반찬은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것이다. 그러면 반찬이 다 떨어져도 남은 밥은 국과 함께 먹으면 된다.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때, 하숙집 왕고참이 전 하숙생이 참가하는 회식 기회를 만들었다. 약간의 회비를 내고 함께 술 한잔하면서 노래도 불렀다. 그는 앞으로도 매월 한 번 이런 기회를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모든 하숙생이 동의하여 거의 매월 하숙생 단합대회가 치러지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3년간 똑같이 수학을 좋아했고, 사는 집도 인근에 있던 친구와 하숙방을 같이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대체로 정리 정돈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친구는 정돈이나 청소 등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친구가 외출하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방안을 둘러보면 저절로 내 인상이 찌푸려진다. 어지러운 방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은 주로 내 역할이 되었다. 친구에게 방을 깨끗이 쓰자고 한두 번 이야기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 친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내가 자꾸만 마음이 거슬리는 것은 아마도 깔끔(?)한 것을 좋아했던 내 성격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나와 편치 않은 관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3개월 후에 그 친구는 다른 하숙집으로 옮겨갔고 나는 룸메이트를 새로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