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4. 대학생활 4년 (3) 힘들었던 1학년 1학기

목우자 2023. 12. 20. 12:21

528일은 개교기념일이다. 5월 초순 중간고사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개교기념 행사를 준비하느라 학교 전체가 들썩거린다. 특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체육행사가 으뜸이었다. 체육에는 워낙 소질이 없었던 나는 주로 응원팀으로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교기념일을 전후해서 감기에 걸렸는데, 일주일이 지났지만, 차도가 없었다. 하숙방에 혼자 남아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기도 하고,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부모님이 계시는 예천 집으로 왔다. 꿀을 사 와서 뜨거운 물에 타서 먹기도 하였고, 병원 진료도 받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가 힘들면 찾는 동동할매(바가지를 이용하여 귀신을 몰아낸다고 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악귀를 몰아내는 행사까지도 치렀지만,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아파 누워 있는 나로 인하여 뜻밖의 지출은 늘어나는데 부모님의 벌이(부모님은 집에서 막걸리 장사를 하셨다)는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던 개(이름은 해리이며 온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었음)를 팔기로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동생들은 절대로 개를 팔아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해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교하였다. 그러나 동생들이 학교에 간 사이 개장사가 와서 개를 가져가고 말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들은 개가 없어진 것을 알고 울음바다가 되었다. 한 식구처럼 함께 지내던 개를 나 때문에 팔고 말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동생들에게 너무 미안한 것 같다.

 

그런 사정을 겪으면서 겨우 몸이 회복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1학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