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목우자 2023. 9. 2. 21:02

그 무덥던 여름 열기도 이젠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낮에는 무덥지만, 아침저녁엔 제법 서늘합니다. 여름 무더위가 아무리 악을 써도 밀쳐오는 가을 기운은 당할 수가 없나 봅니다. 온 세상이 기상이변이라고 아우성을 쳐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2012년 수안보에 퇴직 연수를 가서 같은 분임조 활동을 했던 분 중 여섯 명이 부부 동반으로 매년 3회씩 12일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이동 거리가 멀어서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반면에 주관하는 회원이 본인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안내를 맡아주니 관광도 하고 맛있는 향토 음식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동안 만남이 뜸했지만 10년째 만나다 보니 이젠 정이 많이 들었고 모임에 대한 애착도 대단한 편입니다.

그런데 어제 회원 한 분이 단톡방에 탈퇴해야겠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몸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와중에 부군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너무 힘들다는 사연이었습니다.

 

회원이 올린 글을 보고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는 무척 힘이 들어 지치고 있구나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우리 회원들이 이젠 제법 나이가 들었다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회원 대부분이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탈이 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한 분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하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회원이 힘든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70줄에 들어서니 군데군데 고장 난 곳도 생기고, 금방 생각했던 것을 고개 한 번 돌리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나섰다가 잊은 것이 있어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차 문을 열려고 하니 키가 없어 다시 다녀오는 일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선풍기나 전등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는 일도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이젠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나 봅니다.

아직도 마음은 젊은데 몸은 그렇지 못하나 봅니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상태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살아야겠지요. 그리고 지금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을 크게 감사하며 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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