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서니베일 35일(1)

목우자 2023. 11. 9. 20:50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지난 425일 외손녀를 낳았다. 서른여덟에 아이를 낳았으니 많이 늦은 셈이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이와 산모를 함께 돌봐 주는 조리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 도우미가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6주간(, 일요일은 제외) 산모와 아이를 돌봐 주었다. 도우미 활동이 끝나고 며칠 간격을 두고 사부인께서 미국을 방문하여 석 달 가까이 돌봐 주셨다. 아내가 해야 할 일을 사부인께서 해주시니 고맙기 그지없다.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시는 사돈어른을 혼자 두고 멀리 미국까지 가셔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사부인이 귀국하시고 일주일 간격을 두고 나와 아내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위 덕분에 생전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는 행운을 누렸다. 마음대로 다리를 펼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었다. 기내 서비스도 일반석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0시간 30분 만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장을 나오니 딸과 사위, 그리고 5개월이 채 안 된 외손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차에 짐을 싣고 서니베일에 있는 집까지는 30분 조금 넘게 걸렸다.

 

20159월에 미국을 다녀왔으니 만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셈이다. 그때는 사위가 대학원생 신분이었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새로 태어난 외손녀도 보고, 힘들어하는 딸아이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기 위한 방문이었다.

 

겨우 5개월 된 갓난아이가 있어서 먼 곳은 갈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주로 집에 서 외손녀와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집에서 가까운 공원 지역이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였다. 덕분에 미국 음식은 물론이고 평생 먹어 보지 못했던 스페인, 멕시코, 중국, 중동, 인도, 월남,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 뒤집기를 시작하여 억지로 옆으로 넘어가는 모습, 유모차를 타고 집주변을 산책할 때는 흔들리는 나무를 유심히도 바라보던 외손녀와 함께한 35일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