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배려, 그리고 자존심

목우자 2023. 12. 11. 12:45

네팔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은 높이가 8,84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서 정상 부근은 항상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산악인들이 정상 등반에 도전하였지만, 1950년 초반까지는 모두가 실패하고 말았다.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라는 뉴질랜드 사람이 있다. 그는 벌꿀을 치는 아버지를 도우면서 뉴질랜드에서 등산을 시작하였다. 1952년 스위스 원정대와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섰지만, 악천후로 인하여 정상 240m 지점에서 하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에베레스트산은 이미 다 자랐지만, 나의 꿈은 계속 자라고 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투혼을 불태워 나갔다.

 

19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합류하여 네팔의 셰르파족 산악인 텐징 노르가이(1914~1986)와 함께 다시 에베레스트산 정복에 나섰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정상 정복에 성공하고 그곳에 영국의 국기를 꽂았다.

 

노르가이는 정상 바로 앞까지 먼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를 기다렸다가 힐러리가 최초로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최초 등정자에는 두 명의 이름이 같이 적혀있다.

정상에 선 힐러리는 텐징 노르가이를 다시 정상에 세우고서 정상에 선 텐징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 텐징 노르가이는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 인물이 되었다. 힐러리는 텐징의 사진은 찍어주었으나, 자신의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힐러리와 노르가이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훗날 힐러리는 "거기서 텐징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었어."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에피소드) 어느 날 국제회의에서 외국 대표가 영국 대표에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영국 국기를 꽂다니, 영국은 땅에 대한 욕심이 지나친 것 아닌가요?’라고 비난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영국 대표는 당황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제가 답할 자격은 없습니다만 영국 국기가 싫으면 산에 올라가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하여 다른 나라 대표들이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자존심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런데 그 자존심은 주로 이기적이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개인을 위한 것보다 나라를 위하는 일, 지역 사회를 위하는 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하는 일 등에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