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공정(파이다레토스)

목우자 2024. 2. 10. 09:54

플루타르코스(46?119?)영웅전으로 유명한 플로타르코스가 쓴 또 다른 책 모랄리아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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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의 스파르타에는 가장 명예스럽게 여기는 왕의 근위대 300명이 있었다. 그 시절 파이다레토스란 사람이 근위대원이 되고자 무척 노력했지만 결국은 선발되지 못했다. 그는 근위대원에 뽑히지 못했는데도 진심으로 흐믓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최고 행정관이 그를 불러서 선발되지도 못했는데 왜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스파르타에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3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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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다레토스가 근위대원에 뽑히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근위대 선발 절차나 과정이 조금의 의혹도 없이 공정했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선발 과정에 불공정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그는 불신감을 가득 안은 채 그 자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려 2000년 전에도 이렇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불공정 문제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아마도 옳은 일인가를 먼저 살피는 군자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소인배가 더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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