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배려(성 프란치스코)

목우자 2024. 2. 25. 19:32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년 또는 1182~1226)는 이탈리아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 1204년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가던 길에 환시(외부에서 시각적 자극이 없는데도 시각을 인지하는 것)를 체험하고 아시시로 돌아갔다.

이후 세속적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그는 로마로 순례를 떠났으며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구걸하는 걸인들을 보고 자신도 평생 가난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였다. 아시시로 돌아간 그는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파하였으며, 그의 삶의 모습을 보고 많은 추종자가 생겨났다.

프란치스코는 1210년 교황 인노첸시오 3세의 인가를 받아 남자 수도회인 프란치스코회를 설립하였고, 이어서 여자 수도회인 클라라회도 설립하였다. 1228년 교황 그레고리오 9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 되었다.

**********

성 프란체스코가 제자들과 함께 금식 기도를 할 때였다. 시장가를 지나다 죽을 파는 노점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제자 한 명이 허기를 참지 못하고 손님에게 달려가 죽그릇을 빼앗아 들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제자의 이런 행동에 프란체스코는 크게 당황했고, 다른 제자들도 그의 돌출 행동에 어찌한 바를 몰랐다.

 

너무 배가 고파 본능적으로 죽을 빼앗아 먹은 제자가 어느 정도 허기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수치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의 수행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스승과 동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죽그릇을 잡은 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프란체스코가 제자 앞으로 가더니 죽그릇을 달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남은 죽을 맛있게 먹기 시작하였다. 이 모습에 또 한 번 놀란 제자들을 보며 프란체스코는 이렇게 말하였다.

실은 나도 배가 몹시 고팠다. 금식 기도는 오늘로 끝내자꾸나.”

***********

성 프란체스코는 제자의 허물을 탓하지도 않았고, 괜찮다고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 자신도 남은 죽을 먹으면서 제자와 똑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부족한 제자의 모자람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스승의 넓은 마음과 위대함, 이것이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비를 맞으며 정신 없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달려가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것도 좋지만, 진정 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은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짧은 이야기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내(이태백)  (0) 2024.04.07
9일 만에 만든 천국  (3) 2024.03.17
공정(파이다레토스)  (0) 2024.02.10
큰 그릇 링컨(보스와 리더)  (1) 2024.01.25
성실(카네기 후계자 찰스 쉬브)  (1)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