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코로나

목우자 2022. 11. 30. 19:23

내일이면 2022년 마지막 달 12월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금년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도 해야겠지만, 내가 이렇게 큰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12월이 되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코로나>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감염되어도 나는 괜찮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믿음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지난 1029일 형제들처럼 가까이 지내는 여섯 집 부부 모임을 하고 일요일 오후가 되니 목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기관지가 별로 좋지 못한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월요일 오후가 되자 증상이 조금 더 심해져 동네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니 붉은 두 줄,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를 경험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후 시간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처방전은 약국으로 전송되고, 조제약은 약국 밖에서 기다리니 약사가 들고나왔다. 아내와 둘이 사는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잔뜩 긴장되었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잠자리도 각방을 쓰고, 식사도 함께할 수가 없다. 행여라도 아내에게 전염될까 걱정되어 대화도 꼭 필요한 말만 멀찍이 떨어져서 한다. 격리된 방안에서 혼자 머물며 배변 활동과 양치할 때만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한 개뿐인 화장실을 아내와 함께 써야 하므로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도 최소로 하고, 사용한 세면기는 매번 소독하였다. 식사는 아내가 준비하여 큰 쟁반에 담아두면 마스크 끼고 나가서 들고 들어와 혼자 밥을 먹었다.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확진 판정을 받고 며칠간은 목의 통증이 몹시 심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힘들었던 것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여겼던 아주 소소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벗어나는 것은 당연히 안 되고, 마주 앉아 식사하고, 차 마시며, 파크골프장 가고, 동네 뒷산 오르며, 함께 TV 보고, 종아리 마사지도 해주는 이런 일상들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 슬픈 현실이었다.

매일 상태를 물어오던 보건소 담당자가 7일째 되는 날 자정에 격리 해제된다고 말씀하셨지만, 4~5일 정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근신하며 보냈다. 혹시라도 내 몸에 남아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다.

겨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일상에서 벗어났는데 몇 달, 몇 년을 이렇게 살아가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소소한 것들에 대하여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를 깨우쳐 주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