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친구야! 미안하고 고맙다!(22.04.07)

목우자 2022. 12. 4. 18:30

 

 

어제는 모교 대창학원(경북 예천읍)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71년도에 대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식적으로는 처음 모교를 방문하였다.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여 후배들이 공부하는 학교 모습도 둘러보고 멀리 있는 동기생들도 만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친구 초석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제 일 한 가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기념행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초석이 안동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안돼, 너무 많이 돌아가.” 하며 단칼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구미로 돌아왔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다시 그 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지금 돌이켜 보니 어제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할 때 참 어렵게 말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운전도 하지 않는 그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안동에서 예천에 있는 모교까지 온다고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 오는 길이 많이 불편했으니 가는 길에 좀 태워주었으면 하고 말을 했는데, 나는 바로 거절하고 말았으니 얼마나 무안했을까? 특별히 급한 일도 없고, 시간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안동을 들렀다가 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하루가 지난 지금에서야 후회가 된다. 내가 먼저 집까지 모셔 드리고 갈까?” 해야 마땅한데, 친구가 먼저 태워 달라고 하는데도 거절한 것은 무슨 심보란 말인가? 친구의 마음을 조금도 헤라이지 못하면서 절친이라고 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

평소 배려심이 많다고 스스로 자부해왔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나의 언행은 配慮가 아니라 己慮였던 것 같다. 정말로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가식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아무런 욕심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기만 하는 친구 초석을 생각하니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다. 초석! 그래도 친구라고 불러도 되겠지.

어제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70이 넘어도 참된 삶을 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다시 깨우쳐 주려는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래도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친구야! 어제 일은 참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이렇게 나를 일깨워주어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더 잘할게.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