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1. 초등학교 시절 (9) 가짜 꿀과 보리죽

목우자 2023. 2. 17. 10:37

(9) 가짜 꿀과 보리죽

밑 동네로 이사를 한 후에도 어머니의 막걸리 장사는 계속되었는데, 이곳에서는 밀주를 담그지 않고 양조장 막걸리를 배달시켜 팔았다. 우리 집 가까이에 나무전 골목이 있어서 장날이 되면 엄청나게 장사가 잘되었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메밀묵을 해서 함께 팔기도 하였다.

 

어느 해 여름 막걸리 장사가 잘되지 않아 열 식구의 생계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어머니께서 탄광지역으로 꿀 장사를 나가셨다. 설탕으로 만든 가짜 꿀을 싼값에 구매하여 경북 예천에서 영주를 거쳐 강원도 영월 또는 도계지역까지 가신다. 예천에서 영주까지 가신 다음 영주에서 다시 열차를 바꿔 타야 한다. 차비를 아끼고자 영주에서 목적지가 아닌 가까운 역까지 차표를 끊는다. 역무원이 차표 검사를 할 때가 되면 다른 칸이나 화장실로 피신하였다가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을 속여서 가짜 꿀을 팔고 돈을 마련하여 돌아오시면 그 돈으로 우리 식구들이 먹을 양식을 구매하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힘들게 일하는 광부들을 속인 것은 많이 잘못하신 것 같다.

 

어머니가 안 계실 동안 하도 먹을 것이 없어서 가짜 꿀 파는 집을 찾아가 보리쌀 한 되를 빌려온 적이 있다. 그것으로 밥을 해 먹으면 아홉 식구가 한 끼밖에 먹을 수 없으므로 보리쌀을 두드려 반 정도 가루를 만든 다음 죽을 끓여 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하면 물을 조절하여 두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