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2. 점원과 급사 시절 (4) 첫월급 300원

목우자 2023. 3. 26. 10:43

(4) 첫 월급 300

한 달 정도 지나니 점원 생활이 제법 익숙해지고 재미도 있었다. 우리 집에는 한 대도 없는 새 라디오가 수십 대 진열되어 있고, 손 장난할 수 있는 전기재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별로 할 일도 없어서 심심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직 라디오에 배터리를 넣는지, 전기를 연결하는지를 알지 못하던 때다. 배터리용 라디오에 전선을 연결하여 전기 콘센트에 꽂았더니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났다. 도로 건너편 가게에 있던 주인아저씨가 뛰어와서 현장을 보고는 라디오 한 대 태웠다라고 하였다. 비싼 라디오 한 대를 못 쓰게 만들어서 화가 많이 났을 텐데 더 이상 꾸중은 하지 않았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는 어느 곳에 취직하여도 기술을 익힐 때까지는 월급이 없었다.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야 적은 돈이지만 월급을 받기 시작한다. 기술을 거의 익힌 다음 동일 직종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때부터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을 수가 있다.

 

나도 3개월 동안은 월급이 없었다. 630, 가게 문을 닫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부르더니 봉투를 주면서 수고했다고 하였다. 집에 오면서 봉투를 열어보니 300원이 들어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쌀 한 말값이 270원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리고 며칠 후 이 돈을 들고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졸업할 때 앨범값을 내지 못하고 앨범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운동장 나무 그늘에서 아이들과 수업하고 계셨다. 가까이 가서 선생님, 앨범값 가져왔어요하고 봉투를 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앨범값 계산은 벌써 다 끝났으니 내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면서 그 돈을 다시 내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인사만 꾸벅하고는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