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2. 점원과 급사시절 (7) 고등공민학교 입학

목우자 2023. 4. 26. 14:38

(7) 고등공민학교 입학

이듬해 2월 초에 예천교회에서 신성고등공민학교를 야간 과정으로 개교한다고 하였다. 중학교는 알겠는데 고등공민학교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예천교회 원서접수처에 가서 자세히 알아보니, 정식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데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봉사활동으로 수업을 해주신다고 하였다. 야간에 수업하므로 정식 중학교보다는 과목별 수업 시간이 적지만 3년 과정을 마치면 검정고시 9과목 중 몇 개 과목(4 또는 5과목?)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 면제된 과목은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만 시험을 쳐서 60점 이상을 취득하면 중학교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였다.

 

야학에서 공부하던 50여 명이 공민학교에 입학하였다. 교실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 부설 유치원 교실을 1년 동안 사용하였고, 2학년 때는 학생 수가 많이 줄어 교회 건물 2층에서 수업하였다. 수요일 예배 시간이 되면 1시간 정도는 수업을 중단하고 모두가 예배에 참석하였다.

 

2학년이 되었을 때, 교회 최일기 장로님이 나와 1학년 학생 한 명에게 수업료(100원인지 200원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를 장학금으로 제공해 주셔서 무료로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나도 누군가를 돕기 위하여 지금도 적은 돈이지만 성금을 내고 있다.

 

낮에는 산림조합에서 심부름하고 밤에는 학교로 등교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3월 중순 조림할 시기가 가까워지면 전 직원이 현장으로 출장을 나가신다. 혼자 남아 전화를 받는 일 외에는 거의 할 일이 없었다. 혼자 공부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나를 위한 하늘의 배려인 것 같았다.

수업료를 장학금으로 내어주신 최일기 장로님(여학생은 1학년, 나는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