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가 살아온 길

4. 대학 생활 4년 (6) 충실하지 못한 대학 생활

목우자 2024. 2. 17. 16:38

고등학교 시절 내 꿈은 경제학도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핑계 같지만, 경제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였다가 궁여지책으로 학비가 저렴한 국립 사범대학에 지원하게 되었다. 수학교육과를 지원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등학교 수학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교사로 발령받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수학을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학년은 교양 과목 공부를 하지만 한 학기에 한 과목(3학점)은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된다. 1학년에서는 미분적분학을 수강했는데 고등학교에서 생각했던 수학과는 너무 달랐고 재미도 너무 없었다. 교수님은 교재에 나와 있는 정의(Definition)를 설명하고, 이 정의와 관련된 정리(Theorem)를 증명하는 것이 강의의 전부였다. 가끔은 정리를 활용하는 문제를 풀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을 왜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 수강생들의 이해 수준은 어떠한지에는 관심이 없고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는 일방적 강의가 계속되었다.

 

2학년이 되어서 본격적인 전공과목 공부가 시작되었다.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수학과 학생들 머릿속에는 Definition(정의)Theorem(정리) 이라고 하였다. 거의 모든 전공과목 강의가 수학교사 양성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사범대 수학교육과는 중등 수학 교사를 배출하는 대학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을 잘 공부할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어가는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물론 중고등학교 수학의 이론적 바탕이 되는 고등 수학을 공부해야겠지만 문리대 수학과와는 다른 곳이다. 그런데 교직과목 이수를 제외한 전공과목은 문리대와 거의 비슷하게 강의가 진행되니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결국은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가 수학 공부보다는 함께 어울려 바둑 두고, 당구치고, 카드놀이 하는 재미로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는 국립 사범대를 졸업하면 교사 자격증이 나오고 발령도 내주니 실컷 놀아도 걱정할 일이 없었다. 대학 4년을 이렇게 보내고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