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이웃한 국가로서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두 나라는 똑같이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해야겠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식민지 독립전쟁 과정에서 양국의 독립군을 서로 지원하거나 협공하며 스페인군과 전쟁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두 나라는 동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는 두 나라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 사막 지대와 섬의 영유권을 두고 국경 분쟁이 일어났으며 그 갈등은 점점 높아졌습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의 수고와 헌신이 이어졌고, 1904년 3월 13일에는 '안데스의 예수님상'이라고 불리는 높이 7m의 청동상을 국경의 우스파야타 고개(해발 3,832m) 에 세웠습니다.
이날 양국의 외무장관들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주교, 아르헨티나의 쿠요 주교와 칠레의 안쿠드 주교가 참석했습니다. 3,000명의 칠레인과 아르헨티나인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올라 함께 축포를 쏘았다고 합니다.
양국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두 개의 명판이 제막되었는데, 명판 중 하나에는 스페인어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다시 전쟁한다면 이 산의 바위들은 산산히 부서지리라”라고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후 양국의 갈등은 잠잠해지기 시작했으며 그 동상은 100년이 넘게 양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굳건히 제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상이 세워지고 얼마 못 가 동상의 방향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지형과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다 보니 동상이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쪽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칠레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왜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아르헨티나에만 예수님의 축복이 임하라는 거야?"
칠레 사람들의 원성이 커지자, 양국 간 화해 분위기에 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이 난국을 해결한 것은 칠레 기자의 재치 있는 기사 한 문장이었습니다. 예수 동상을 취재한 기자는 기사 끝에 예수 동상이 칠레 방향으로 등을 돌린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예수님 동상이 아르헨티나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그 나라가 아직 더 많이 돌봐줘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접한 칠레 사람들은 더 이상 예수님 동상의 방향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롭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해법을 제시한 기자의 재치와 관점 바꾸기로 양국은 엄청난 비극을 막고 계속 평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안데스의 예수 동상 사례로 본 관점 바꾸기, 전보규의 짧은 글,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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