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섣달 그믐날 밤

목우자 2023. 1. 21. 20:39

섣달그믐 밤입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큰 형님댁에 7형제가 모두 모여 소주 한잔하면서 100원짜리 고스톱을 열심히 치고 있을 시간이다(게임이 끝나면 돈을 딴 사람은 잃은 사람에게 모두 돌려준다).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설날이 되면 제사를 모시고 나서 서둘러 아침을 먹는다. 설거지가 끝나면 7형제 부부가 마주 보고 서서 함께 해주어서 고맙고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살자는 염원을 담아 맞절을 한다. 부부 맞절이 끝나면 자녀들이 세배하는 순서이다. 세배가 끝나면 미리 준비한 상품을 놓고 편을 갈라 윷놀이가 시작된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는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오랫동안 이렇게 하던 관행이 자녀들 결혼하는 숫자가 늘어나자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시댁에서 차례를 지낸 딸과 사위들이 바로 친정으로 달려오니 이들을 맞으러 가기가 바빠진다. 급히 점심을 먹고 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세배가 끝나면 모두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 바쁘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유행하니 아예 모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는 명절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도 괜찮은 것이 위로 5형제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식사도 하고 100원짜리 고스톱도 치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구미 시장을 다녀왔고, 오후에는 설맞이 청소를 하였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처음 맞이하는 이번 설은 부부가 단출하게 보내게 되었다. 둘째 딸은 태평양 건너에 있으니 올 수가 없고, 서울에 있는 첫째 딸은 몸살이 난 것 같다. 그래도 내려온다는 것을 시댁에 들렸다가 바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하였다. 딸과 사위가 오지 않으니 아내는 해야 할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편하게 되었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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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한 설 맞이하시고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기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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