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텃밭 가꾸기-풀과의 전쟁

목우자 2023. 3. 23. 13:25

내가 사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12~3평 정도 되는 텃밭이 있다. 아직은 겨울을 견뎌낸 파와 부추 이외에는 텅 비어 있다. 4월이 되면 이 작은 밭에 상추, 쑥갓, 치커리, 열무, 토마토, 가지, 깻잎, 고추 등이 차례로 심어지고 8월 중순이 되면 배추와 무도 심는다.

 

봄 채소를 심기 위해서 밭에 거름을 뿌리고 땅을 뒤집으려고 나가보니 벌써 풀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열흘 전에 나가서 보이는 풀을 대충 제거했는데 오늘 나가보니 그사이 또 엄청 많은 풀이 돋아나 있다. 그 추운 겨울 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봄이 되니 왕성한 생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 봄 채소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가꾸는 채소는 밭에 물기가 없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조금 일찍 심었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얼어서 죽거나 한참 동안 성장을 멈추어 버린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끊기면 살아남지 못한다. 여름철에 장마가 계속되다가 뜨거운 태양 볕이 쪼이면 상추와 같은 채소는 녹아버리기도 한다. 채소는 병충해에도 약해 농약을 전연 쓰지 않으면 벌레 밥이 되기 쉽다.

 

그런데 풀(잡초)은 주변 환경이 아무리 척박해도 뿌리를 내리고 싹트기를 멈추지 않는다. 줄기가 부러져도 새 가지가 나고, 뿌리가 끊겨도 다시 새 뿌리가 돋아난다.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모두 말라도 풀은 거뜬히 살아남는다. 흙이 없어서 도저히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도 뿌리를 내려 거뜬히 살아간다. 채소는 잘 갉아 먹는 벌레들도 잡초는 맛이 없는지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어떤 풀은 추운 겨울 동안 땅속에서 뿌리만 살아 있다가 봄이 되면 잎이 나기 시작한다. 또 어떤 풀은 씨앗 상태로 땅속에 있다가 싹을 틔우기도 한다. 풀 종류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뽑아도 뽑아도 며칠 지나면 또 돋아난다. 아무래도 풀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는 없는 것 같다. 적당히 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잡초 :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

       농경지나 임야 등에 자라는 (인간 입장에서) 쓸모없거나 유해 한 초본. 대부분 1~2년생 초본이다.

죽은 것 같아도 봄이 되니 뿌리는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여 새싹을 틔운 풀도 있고, 싹틔울 준비를 하는 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