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손자 돌보기

목우자 2023. 4. 19. 19:43

나에겐 출가한 두 딸이 있다. 큰딸은 서울에 살고 있으며 초등 5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작은딸은 사위와 함께 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다. 아직 손주가 없지만, 며칠 지나면 손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큰딸 내외가 맞벌이하기 때문에 손자가 어렸을 때는 아주머니 한 분이 손자를 돌봐 주었다. 아주머니가 퇴근하면 10분 거리에 사는 사부인이 아들이나 며느리가 퇴근할 때까지 역할을 대신하였다.

사부인이 손자를 돌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한 달에 3일 정도) 나와 아내가 서울까지 가서 역할을 대신하였다.

그런데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사돈 내외의 생활 근거지가 경기 이천시에 있는 면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사돈이 그곳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손자 돌봄이 우리 앞에 난제로 등장하였다. 어릴 때 봐주던 아주머니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어 마음에 딱 맞는 도우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2학년 마칠 때까지 사돈과 우리가 2주씩 맡아서 돌봐 주기로 했다. 아이 하나에 어른 여섯 명(부모와 양가 조부모)이 매달린 셈이다. 그나마 양가 조부모가 모두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서울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월요일 오전 구미 출발하여 서울 집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손자를 데리러 간다. 2주간 계속해서 머물 때도 있지만, 너무 지루하여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아침에 내려왔다가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올라가는 일이 2년 동안 반복되었다.

 

학기 중에는 손자가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우리 부부에겐 자유시간이다. 주변에 있는 산길을 걷기도 하고 시장도 다녀오면서 보낸다. 문제는 방학 기간이다. 아이가 방과 후 활동하러 학교에 잠깐 다녀오지만 거의 온종일 함께 보내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사위와 딸이 자신들의 힘으로 아들을 키우겠다고 딸이 근무하는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였고, 3학년 진급할 즈음에 이사를 하였다. 학교와 집이 바로 인접하여 학교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면 되는 곳이다.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여 한 달에 1주일을 봐주기로 하였다. 때마침 코로나가 발생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두려워 서울까지 승용차로 2년간을 다녔다.

 

이제 5학년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가지는 않고, 사위와 딸이 함께 바쁠 때 요청 하면 도와주기로 하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없이 놀고 있으면서 손자가 엄마 아빠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그 모습을 모른 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자 봐주는 1차 계약 2년이 끝나고 연장 계약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추가 계약이 진행 중이다. 아마도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야 매듭이 지어질 것 같다.

 

우리 같이 조부모가 손자를 돌봐 주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있다. 우리는 끝이 보이지만 이제 시작한 집도 있고, 아예 조모가 상경하여 함께 사는 집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증가율 세계 최저라고 한다. 결혼하지 않는 처녀, 총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평균 결혼 연령도 30대 중반인 것 같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결혼하지 못하고,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아이 낳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십조 원의 돈을 썼다고 하는데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 따라서는 출산 장려금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아이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키우는 것이 문제이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부모가 아이 키우는 걱정 없이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노인 복지보다 더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가 줄어들고 학생 수 감소, 기업 인력 수급 문제, 보험-연금 문제 등 파생되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제발 표 의식하지 말고 나라 장래를 위한 좋은 대책 세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정치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