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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베일 35일(2)

딸과 사위, 5개월 된 외손녀,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보낸 서니베일 35일은 우리 모두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딸이 변했는지 아니면 나이 든 우리가 변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와 딸 부부는 참 다른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세대 차 때문일까? 처음 미국에 도착한 날 저녁, 아이를 재우는 모습이 마치 아이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아이가 울다가 겨우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딸과 사위는 아이가 홀로 잠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바로 아기 침대에 눕혀놓거나 아니면 아이를 안고 있다가 잠들려고 하면 침대에 눕힌다. 그러면 아이는 바로 울음을 터뜨린다. 다시 안았다가 잠들려고 하면 또 침대에 내려놓으니, 아이는 또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무려 한 시..

바위 밀기

시골의 오두막집에 몸이 허약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그의 집 앞에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때문에 집안 출입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꿈속에 아버님이 나타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집 앞의 바위를 매일 밀어라!" 그날부터 청년은 희망을 품고 매일 바위를 밀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바위의 위치를 살펴보니 처음 자리에서 조금도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바위에 걸터앉아 지난 8개월 동안의 헛수고를 생각하며 엉엉 울었습니다. 바로 그때 또다시 아버님이 찾아와 옆에 앉으며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왜 그렇게 슬퍼하니?" 청년이 말했습니다. "아버님 때문입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지난 8개월 동안 희망을 품고 바위를 밀었는데 바위가 전혀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너에게..

4. 대학 생활 (1) 대학생이 되다

1971년 3월 1일 대망의 꿈을 안고 예천에서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난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어렵게 마련해 주신 돈 2만 원을 안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한 달 하숙비 7,500원, 교복과 교재 구매비, 그리고 한 달 생활비를 포함한 것이다. 대구역에 내려 경북대학교 정문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20분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인데도 약간의 차멀미를 하였다. 학교 정문 앞에서 내려 짐보따리를 들고 미리 구해둔 하숙집을 찾아갔다. 앞으로 이곳이 대학 생활에서 나의 안식처 역할을 해줄 곳이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문리대 수학과에 입학한 친구와 같은 하숙방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서니베일 35일(1)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지난 4월 25일 외손녀를 낳았다. 서른여덟에 아이를 낳았으니 많이 늦은 셈이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이와 산모를 함께 돌봐 주는 조리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인 도우미가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6주간(토, 일요일은 제외) 산모와 아이를 돌봐 주었다. 도우미 활동이 끝나고 며칠 간격을 두고 사부인께서 미국을 방문하여 석 달 가까이 돌봐 주셨다. 아내가 해야 할 일을 사부인께서 해주시니 고맙기 그지없다.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시는 사돈어른을 혼자 두고 멀리 미국까지 가셔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사부인이 귀국하시고 일주일 간격을 두고 나와 아내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위 덕분에 생전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는 행운을 누렸다. 마음대로 다리를 펼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었다...

재치와 여유(버나드 쇼)

저명한 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쓴 극본 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공연할 때 일화입니다. 공연이 끝나자, 관람했던 관객들이 크게 환호하며 조지 버나드 쇼를 무대 위로 오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관객 중 한 사람이 무대에 오른 그를 보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봐! 쇼. 당신 극본은 정말 못 봐주겠군. 누가 이런 엉터리 공연을 보겠어요? 당장 집어치워요!” 환호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모든 관중이 숨을 죽이고 쇼와 그 남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습니다. 쇼가 이 남자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를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쇼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예, 참 잘 보셨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정말 형편없는 극본이죠. 그런데 우리 둘이 반대한들 이 많..

세월 앞에 장사 없다.

그 무덥던 여름 열기도 이젠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낮에는 무덥지만, 아침저녁엔 제법 서늘합니다. 여름 무더위가 아무리 악을 써도 밀쳐오는 가을 기운은 당할 수가 없나 봅니다. 온 세상이 기상이변이라고 아우성을 쳐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2012년 수안보에 퇴직 연수를 가서 같은 분임조 활동을 했던 분 중 여섯 명이 부부 동반으로 매년 3회씩 1박2일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이동 거리가 멀어서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반면에 주관하는 회원이 본인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안내를 맡아주니 관광도 하고 맛있는 향토 음식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동안 만남이 뜸했지만 10년째 만나다 보니 이젠 정이 많이 들었고 모임에 대한 애착도 대단한 편입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손을 내밀자

여행을 떠난 세 친구가 한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몹시 코를 골았습니다. 아침이 되었을 때,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코를 고는 소리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했고, 두 사람은 너무 잘 잤다고 합니다. 코를 고는 사람은 누우면 바로 잠이 드는 스타일이니 잘 잘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옆에서 코를 골지만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잠을 잘 잤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좀 예민한 사람으로 코를 고는 소리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지요. 옆에서 코를 골았지만, 그 영향은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잠을 자지 못한 원인은 코 고는 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

‘무엇’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하다.

옛날 어느 왕이 자신의 이가 모조리 빠지는 꿈을 꾸었다. 왕은 기분이 좋지 못하여 신하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였다. 신하들은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아무도 꿈을 풀이하려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름난 해몽가를 불러 꿈을 풀어 보기로 하였다. 얼마 후 한 해몽가가 왕의 꿈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풀이하였다. “전하! 흉조입니다. 전하의 가족들 모두가 전하보다 먼저 세상을 뜨실 징조입니다.” 이 해몽을 둘은 왕은 크게 화를 내면서 즉시 그를 감옥에 감금하였다. 이때 다른 해몽가가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전하! 정말 좋은 징조입니다. 전하의 가족들 가운데 전하께서 가장 오래 사신다는 뜻입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이 해몽가에게 많은 상금을 내렸다. 궁을 벗어난 신하들이 두 번째 해몽가에게 물었..

3. 고등학교 시절 (6) 경북사대 수학교육과 합격

대학교 진학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무의미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예비고사에 합격한 친구들은 대학 간다고 정신없이 공부하지만, 나를 포함한 그 외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았다. 대학 입학원서 접수 마감이 임박한 어느 날, 제대 직전 휴가를 나온 둘째 형이 “학비가 저렴한 국립 사범대에 진학하면 힘들지만, 대학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제안하여 경북대 사대 수학교육과에 원서를 내보기로 하였다. 원서를 작성할 즈음 수학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만 “황군, 학교 수학 선생을 하려면 대학 가지 않고 지금 실력으로도 충분하네. 수학과를 졸업하고 꼭 경제학을 공부하게나. 그렇게 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꼭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경제학을 다시 공부하지는 못했..

카테고리 없음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