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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삶

참새 세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습니다. 이를 본 포수가 다가가서 한 마리를 겨냥하였습니다. 그러자 겨냥을 받은 놈이 “겨냥할 줄 알았지.”하고 시큰둥하게 뇌까렸습니다. “탕”하고 총소리가 나자, “쏠 줄 알았지” 합니다. 총을 맞고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는 말이, “맞을 줄 알았지.” 하면서 숨져 갔습니다. 그 뒤 남은 두 마리가 딴 나뭇가지에 옮겨 앉아 다시 다가오는 포수를 배짱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총소리가 나고 한 마리가 맞아서 떨어지면서 포수에게 불평했습니다. “재도 참샌데 왜 나만 쏘지요?” 그러자 날아가던 놈이 “포수 아저씨. 잰 아직 죽지 않았으니 한 방 더 쏘세요.” 하면서 이번에도 배짱 좋게 가까운 나뭇가지에 올라앉았습니다. 기가 질린 포수는 다시 다가가면서 경고했습니다. “..

내 마음을 꽉 잡을 수는 없을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속마음을 들킬까 봐 불안에 떨다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나의 뜻과 다른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똑같은 그 사람이 어떤 때는 좋은데, 또 어떤 때는 밉기가 그지없다.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와 41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아내가 그렇다. 그 사람은 늘 똑같은데 왜 밉기도 하고 좋기도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아내가 하는 언행이 내가 좋아하거나 내가 기대하는 것과 같을 때는 고맙고 이쁘게 보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과 다르거나 반대 방향일 때는 밉기가 그지없다. 그런..

2. 점원과 급사시절 (8) 한약으로 맹장염을 치료

(8) 한약으로 맹장염을 치료하다. 고등공민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2월초 봄방학 기간이었다.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서무실에서 일하는 분과 학생 여러 명이 신입생 모집 벽보와 풀이든 통을 들고 예천 읍내를 돌며 벽보 붙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아랫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였다. 괜찮겠거니 하면서 기다렸지만, 통증이 멈추지 않고 조금씩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더 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벽보 붙이는 작업을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단 결과 맹장염이 틀림없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한다. 일단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예천 인근 도시인 영주에 맹장..

두 눈을 다 주고 싶지만 …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이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병원으로 달려 가보니,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졌고,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왼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사회 구성원의 역할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현재 사는 형편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혼자 하는 활동도 있지만 모임을 구성하여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취미 활동보다 자기 일과 관련된 전문성을 키우려고 많이 참여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현업에서 물러난 사람은 등산, 여행, 바둑, 낚시, 사진, 당구, 연주, 골프, … 등과 같은 취미 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처음 모임을 만들 때는 재미있는 활동을 기대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기존 구성원이 하나, 둘 모..

2. 점원과 급사시절 (7) 고등공민학교 입학

(7) 고등공민학교 입학 이듬해 2월 초에 예천교회에서 신성고등공민학교를 야간 과정으로 개교한다고 하였다. 중학교는 알겠는데 고등공민학교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예천교회 원서접수처에 가서 자세히 알아보니, 정식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데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봉사활동으로 수업을 해주신다고 하였다. 야간에 수업하므로 정식 중학교보다는 과목별 수업 시간이 적지만 3년 과정을 마치면 검정고시 9과목 중 몇 개 과목(4 또는 5과목?)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 면제된 과목은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만 시험을 쳐서 60점 이상을 취득하면 중학교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였다. 야학에서 공부하던 50여 명이 공민학교에 입학하였다. 교실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 부설 유치원 교실을 1년 동안 사용하였고, 2학년 때는 학생..

책임

옛날 어떤 부잣집에 머슴이 둘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일 년의 머슴살이가 끝나는 날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내일 새경을 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주인이 나타나더니 내일 아침에 새끼줄을 쓸 일이 생겼으니 오늘 밤에 새끼를 꼬아 달라고 했습니다. 머슴 한 사람이 투덜거리면서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내일이면 나가는데 오늘까지도 밤늦도록 일을 시켜야 하나?” 이 머슴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새끼는 꼬는 흉내만 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끼를 꼬긴 했지만, 많이 꼴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오늘까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주인이 하라는 대로 새끼를 꼬았습니다. 정성들여 새끼를 꼬다 보니 밤늦도록..

손자 돌보기

나에겐 출가한 두 딸이 있다. 큰딸은 서울에 살고 있으며 초등 5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작은딸은 사위와 함께 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다. 아직 손주가 없지만, 며칠 지나면 손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큰딸 내외가 맞벌이하기 때문에 손자가 어렸을 때는 아주머니 한 분이 손자를 돌봐 주었다. 아주머니가 퇴근하면 10분 거리에 사는 사부인이 아들이나 며느리가 퇴근할 때까지 역할을 대신하였다. 사부인이 손자를 돌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한 달에 3일 정도) 나와 아내가 서울까지 가서 역할을 대신하였다. 그런데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사돈 내외의 생활 근거지가 경기 이천시에 있는 면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사돈이 그곳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손자 돌봄이 우리 앞에 난제로 등장하..

2. 점원과 급사생활 (6) 산림조합 급사

(6) 예천군산림조합 급사 생활 산림조합으로 옮겨 한 달 근무하고 첫 월급으로 1,200원을 받았다. 점원 월급 500원에서 무려 140% 인상되었다. 꼭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심부름으로 군청, 경찰서, 우체국, 농협 등 여러 기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영우사에 근무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만 보냈었다. 그런데 공공기관을 드나들면서 직위가 낮은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상급자를 깍듯이 모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공부하지 않으면 평생 머리를 숙이면서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가 하고 싶었고, 교복을 입고 중학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 고향 예천은 시골이라 정규학교 외에는 공부할 곳이 없었다. 지극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해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