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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파악(개미-코끼리-하루살이)

어느 날 코끼리 등 위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 올라왔습니다. 코끼리는 위엄을 갖추어 점잖게 “이놈 개미야. 무겁도다. 냉큼 하야(下野)할지어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개미는 당돌하게도 “야 조용히 해! 콱! 그냥 밟아 버리기 전에!” 라고 응수했습니다. 부근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루살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 원 참, 오래 살다 보니 별꼴 다 보겠군. 도대체 주제(主題) 파악(把握)을 못 하는 친구들이야!” 라고 했습니다. -------------------------- 이야기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코끼리 등에 개미 한 마리가 올라간다고 코끼리가 어떤 무게감을 느낄 것이며, 개미가 뒷발로 코끼리 등을 찬들 코끼리에게 어떤 충격을 줄 것이며, 하루살이가 살아본들 얼마나 오래 살..

나도 나이가 들었는가 보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MBN에서 방영하는 ‘사노라면’이다. 시골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삶을 자연스럽게(아마도 작가의 의도가 개입되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표현하기 때문에 시골에서 자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프로에 대한 애착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이제까지 재미있게 봐 왔는데 왜 그럴까? 요즈음 들어 특히 연세 많은 주인공(아직도 이발하는 대전의 86세 할아버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여 이웃의 도움을 받고 계시는 김천의 94세 할머니 등)이 자주 등장한다. 옛날에는 이렇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보았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는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

2. 점원과 급사 시절 (5) 점원 생활 마감

(5) 점원 생활 마감 6개월이 지났을 무렵 함께 있던 라디오 기술자가 독립하여 다른 곳에서 개업하였다. 라디오 수리 기술은 배울 수 없었지만, 하루하루를 무척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는 주변 또래 점원들과 함께 모여 놀기도 하고,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함께 놀이를 가기도 하였다. 이듬해 1월 말이 되자 월급을 인상하여 500원을 받았다. 나는 월급과 관계없이 생활이 재미있기만 하였는데 어머니께서는 월급도 너무 적었고 라디오 수리 기술도 배울 수가 없다며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월 중순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산림조합 급사(사무실 청소와 심부름이 주된 역할이었음) 자리가 났는데, 가보자고 하셨다. 함께 가서 면접을 봤는데 자전거에 쌀 한 가마니를 실을 수 있는지 물으셨다..

부모 역할(2)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 사회의 모든 부모가 안고 있는 숙제는 자녀 문제입니다. 도대체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이 문제에 정답이 있을 수가 없겠지만 저는 다음 두 가지를 우선순위 상단에 넣고 싶습니다. 한 가지는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있도록, 다른 한 가지는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제 같지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한 가지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받아들인다면 자녀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독립한다는 의미는 부모의 도움 없이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

2. 점원과 급사 시절 (4) 첫월급 300원

(4) 첫 월급 300원 한 달 정도 지나니 점원 생활이 제법 익숙해지고 재미도 있었다. 우리 집에는 한 대도 없는 새 라디오가 수십 대 진열되어 있고, 손 장난할 수 있는 전기재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별로 할 일도 없어서 심심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직 라디오에 배터리를 넣는지, 전기를 연결하는지를 알지 못하던 때다. 배터리용 라디오에 전선을 연결하여 전기 콘센트에 꽂았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났다. 도로 건너편 가게에 있던 주인아저씨가 뛰어와서 현장을 보고는 “라디오 한 대 태웠다”라고 하였다. 비싼 라디오 한 대를 못 쓰게 만들어서 화가 많이 났을 텐데 더 이상 꾸중은 하지 않았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는 어느 곳에 취직하여도 기술을 익..

텃밭 가꾸기-풀과의 전쟁

내가 사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12~3평 정도 되는 텃밭이 있다. 아직은 겨울을 견뎌낸 파와 부추 이외에는 텅 비어 있다. 4월이 되면 이 작은 밭에 상추, 쑥갓, 치커리, 열무, 토마토, 가지, 깻잎, 고추 등이 차례로 심어지고 8월 중순이 되면 배추와 무도 심는다. 봄 채소를 심기 위해서 밭에 거름을 뿌리고 땅을 뒤집으려고 나가보니 벌써 풀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열흘 전에 나가서 보이는 풀을 대충 제거했는데 오늘 나가보니 그사이 또 엄청 많은 풀이 돋아나 있다. 그 추운 겨울 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봄이 되니 왕성한 생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 봄 채소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가꾸는 채소는 밭에 물기가 없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조금 일찍 ..

구정선사

서산대사가 금강산 유점사에 있을 때, 그 절에는 김 서방이란 부목이 있었습니다. 부목이란 땔나무를 해 오고 물을 길어 나르는 등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입니다. 김 서방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괴롭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제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바보같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서산대사가 김 서방에게“내일 우리 절에 법회가 있으니 대중들이 점심 공양을 할 수 있도록 가장 큰 가마솥을 저쪽 뜰에 걸어놓고 나에게 알리라”고 했습니다. 김 서방은 즐겁게 달려 나가 금방 가마솥을 걸어놓고 대사께 아뢰었습니다. 서산대사는 몸소 와 보시고는 “잘못됐으니 다시 해”라고 했습니다. “예,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김 서방은 솥의 수평이 잘 못 된 것 같아 이를 ..

2. 점원과 급사 시절 (3)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다

(3)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다. 이튿날인 3월 1일부터 점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생활하려니 어색하기만 했다. 주인아저씨는 먼저 두 가지를 익히라고 하였다. 한 가지는 진열된 물품의 용도와 판매 가격을 익히는 일이었다. 또 한 가지는 심부름 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가게 안에서 물건들을 익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자전거 타는 것이 문제였다. 우선 자전거 핸들을 두 손으로 잡고 끌고 다니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은 끌고 가다가 한 발을 페달 위에 얹어서 가는 것이다. 몇 번 넘어지기도 했지만 제법 익숙해지자 두 발을 모두 얹고 안장에 앉는 연습을 했는데 다리가 짧아서 두 발이 모두 페달에 닿을 수가 없었다. 수없이 넘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