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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부의 날입니다

아내와 나는 많은 면에서 서로 다릅니다. 이런 아내를 이해하기보다는 당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으니 당연히 내 뜻에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일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고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방식이, 내 사고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살림 살고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집안일도 함께하는 경우가 차츰 많아졌습니다. 퇴직하고 백수 된 지가 벌써 10년째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삼식이가 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함께 삼식을 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습니다. 그 삼식 중 아침 식사 한 끼는 내 담당입니다. 아침은 사과 반 개..

카테고리 없음 2023.05.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나들이 가는 천사에게 “돌아올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3가지를 가지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천사는 고민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티 없이 밝고 맑은 어린아이의 웃음 어머니의 사랑 이 3가지를 가지고 천국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천국에 도착해보니 그 아름답던 꽃은 이미 시들기 시작하여 볼품없이 변하고 말았습니다. 어린아이가 성장하자 그에게서는 더 이상 그 밝고 맑은 웃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한결같이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모든 선생님은 이 사랑을 듬뿍 지니고 있으며 아까워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줍니다. 그러나 ..

2. 점원과 급사시절 (9) 중졸자격 검정고시 합격

(9) 중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 합격 2학년 10월 무렵이 되었을 때, 검정고시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던 5명이 출제 경향도 파악할 겸 미리 응시를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검정고시 응시 원서를 제출하였다. 12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안동농고에서 9개 과목을 시험을 치렀는데, 그때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손발이 꽁꽁 얼 정도였다. 예천에서 난방 시설도 없는 첫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안동 터미널에 도착한다. 학교까지 걸어가서 시험을 치고 돌아오는 과정이 이틀간 반복되었다. 시험 후 운이 좋으면 몇 개 과목 합격하여 3학년 졸업할 때 부담을 줄일 수 있겠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험이 끝나자 검정고시는 잊고, 직장 생활과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목적 없는 삶

참새 세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습니다. 이를 본 포수가 다가가서 한 마리를 겨냥하였습니다. 그러자 겨냥을 받은 놈이 “겨냥할 줄 알았지.”하고 시큰둥하게 뇌까렸습니다. “탕”하고 총소리가 나자, “쏠 줄 알았지” 합니다. 총을 맞고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는 말이, “맞을 줄 알았지.” 하면서 숨져 갔습니다. 그 뒤 남은 두 마리가 딴 나뭇가지에 옮겨 앉아 다시 다가오는 포수를 배짱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총소리가 나고 한 마리가 맞아서 떨어지면서 포수에게 불평했습니다. “재도 참샌데 왜 나만 쏘지요?” 그러자 날아가던 놈이 “포수 아저씨. 잰 아직 죽지 않았으니 한 방 더 쏘세요.” 하면서 이번에도 배짱 좋게 가까운 나뭇가지에 올라앉았습니다. 기가 질린 포수는 다시 다가가면서 경고했습니다. “..

내 마음을 꽉 잡을 수는 없을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속마음을 들킬까 봐 불안에 떨다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나의 뜻과 다른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똑같은 그 사람이 어떤 때는 좋은데, 또 어떤 때는 밉기가 그지없다.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와 41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아내가 그렇다. 그 사람은 늘 똑같은데 왜 밉기도 하고 좋기도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아내가 하는 언행이 내가 좋아하거나 내가 기대하는 것과 같을 때는 고맙고 이쁘게 보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과 다르거나 반대 방향일 때는 밉기가 그지없다. 그런..

2. 점원과 급사시절 (8) 한약으로 맹장염을 치료

(8) 한약으로 맹장염을 치료하다. 고등공민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2월초 봄방학 기간이었다.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서무실에서 일하는 분과 학생 여러 명이 신입생 모집 벽보와 풀이든 통을 들고 예천 읍내를 돌며 벽보 붙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아랫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였다. 괜찮겠거니 하면서 기다렸지만, 통증이 멈추지 않고 조금씩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더 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벽보 붙이는 작업을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단 결과 맹장염이 틀림없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한다. 일단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예천 인근 도시인 영주에 맹장..

두 눈을 다 주고 싶지만 …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이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병원으로 달려 가보니,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졌고,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왼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사회 구성원의 역할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현재 사는 형편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혼자 하는 활동도 있지만 모임을 구성하여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취미 활동보다 자기 일과 관련된 전문성을 키우려고 많이 참여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현업에서 물러난 사람은 등산, 여행, 바둑, 낚시, 사진, 당구, 연주, 골프, … 등과 같은 취미 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처음 모임을 만들 때는 재미있는 활동을 기대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기존 구성원이 하나, 둘 모..

2. 점원과 급사시절 (7) 고등공민학교 입학

(7) 고등공민학교 입학 이듬해 2월 초에 예천교회에서 신성고등공민학교를 야간 과정으로 개교한다고 하였다. 중학교는 알겠는데 고등공민학교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예천교회 원서접수처에 가서 자세히 알아보니, 정식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데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봉사활동으로 수업을 해주신다고 하였다. 야간에 수업하므로 정식 중학교보다는 과목별 수업 시간이 적지만 3년 과정을 마치면 검정고시 9과목 중 몇 개 과목(4 또는 5과목?)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 면제된 과목은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만 시험을 쳐서 60점 이상을 취득하면 중학교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였다. 야학에서 공부하던 50여 명이 공민학교에 입학하였다. 교실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 부설 유치원 교실을 1년 동안 사용하였고, 2학년 때는 학생..

책임

옛날 어떤 부잣집에 머슴이 둘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일 년의 머슴살이가 끝나는 날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내일 새경을 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주인이 나타나더니 내일 아침에 새끼줄을 쓸 일이 생겼으니 오늘 밤에 새끼를 꼬아 달라고 했습니다. 머슴 한 사람이 투덜거리면서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내일이면 나가는데 오늘까지도 밤늦도록 일을 시켜야 하나?” 이 머슴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새끼는 꼬는 흉내만 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끼를 꼬긴 했지만, 많이 꼴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오늘까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주인이 하라는 대로 새끼를 꼬았습니다. 정성들여 새끼를 꼬다 보니 밤늦도록..